지나친 관심은 없느니만 못하다.

by 김태연



올리브나무의 잎을 따면서 와, 아직도 잘 살아있네 너.라고 생각한다. 끝잎이 마르고 곧장 잎을 따면 새순이 나도 모르게 금방 돋아난다. 이 올리브 나무는 내가 직접 농원에서 사 온 것이다. 예전에 가던 꽃집에 크고 둥글던 올리브나무에 반한 이후로, 농원에 갈 때마다 올리브나무를 훔쳐보듯 보다가, 결국 사버렸다. 나무는 대가 굵을수록 비싸다고 농원 관계자는 말했다. 나는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여리여리한 나무가 아닌 대가 곧고, 500원짜리 동전 크기의 나무대를 가진 올리브 나무를 구매했다(꽤 비쌌다..)

내가 바란 동그란 올리브 나무의 수형은 아니었지만, 내가 만들면 되지 하는 마음으로 가져와선 잎도 닦아주고, 가지치기도 제멋대로 저질러버리고야 만 나는 지나친 관심을 올리브 나무에게 쏟았었다. 마치 내가 전에 반한 그 올리브 나무가 되겠지. 하고 멋대로 생각하며.


반짝반짝 윤이나던 잎들은 이유 없이 떨어졌고, 물이 원인인가 생각해서 물도 잔뜩 줘봤다. 그래. 당시 나는 올리브 나무에 푹 빠져있었다. 제멋대로 자른 가지치기가 문제였을까. 올리브 나무는 영 시원치 않았다. 물을 줘도, 영양제를 줘도, 곧 시름시름 앓다가 금방이라도 죽어버릴 것처럼 서있었다. 나는 그 이후로 올리브 나무에 신경을 꺼버렸다. 왜냐하면 내가 바랬던 그 나무는 아무리 만들려 해도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엄청난 돈을 주고 처음 반했던 나무를 사 왔더라면 이렇게 하루아침에 관심이 시들해지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식물이라는 걸 키울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럴만한 인내심이 없는 여자라는 걸 알았다.


내가 관심을 꺼버리자, 나에게 올리브나무는 그냥 있는 나무에 불과했다. 수형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시름시름 앓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완전히 죽지도, 그렇다고 열렬히 생기 있지도 않은 나의 올리브나무는 어떻게 좀 됐으면 했다. 그래야 나무를 뽑아서 쓰레기봉투에 버린다고 해도 양심의 가책이 남지 않을 것 같았다. 식물 못 키우는 사람 나만 있는 거 아니잖아? 그런 거잖아?라고 생각하며.


다른 걸 심어보려 차에 힘들게 싣고 갔는데, 농원에서는 너무 잘 크고 있다며 왜 다른 걸 심으려 하냐고 했다. 응? 잘 크고 있다고? 다 죽어가고 있는 것 같은데? 농원에서는 아니라고 했다. 그냥 화분을 더 큰 곳에 옮겨심으면 될 것 같다고 했다. 그 당시 처음에 샀던 화분이 내 올리브나무에게 작다고 했다. 얘가 그새 큰 건가. 나는 제멋대로 뻗어있는 올리브 나무를 보며 얼떨떨한 기분으로 다시 분갈이만 한 채로 집에 싣고 왔다. 맘대로 죽이려 했군. 나는 이도 저도 아닌 마음으로 힘들게 가지고 온 올리브 나무를 보며 생각했다. 흠.. 살아 있었구나 너.


지나친 관심이 독이라도 된 듯, 관심을 끄고 나서야 올리브나무는 알아서 새순이 돋기도 하고, 또 잎이 말라서 떨어지기도 한다. 그래도 죽지는 않는다. 물 좋아한다는데, 그것도 환경에 따라 다른가보다. 물을 좋아한다는 올리브나무에 물을 안준지 꽤 되었는데도, 아직 멀쩡하다. 나무젓가락을 꼽았다가 빼면 흙에 수분기가 있다. 아무래도 장마라 그런가, 얘가 잘 버티네. 그렇게 생각하며 거실 한켠에 놓인 올리브 나무를 바라본다.

삐죽삐죽. 잘라버린 나뭇가지가 꼭 여기저기 솟은 내 머리카락 같아서 희한한 동질감이 들었다.

이 올리브 나무엔 돌도 있고, 둘째 아이가 꽂아놓은 허수아비도 있다. 그리고 영양제도 있다. 있을 건 다 있는 셈이다. 다만 나의 관심이 없을 뿐이다. 지나친 관심은 없느니만 못하 다는걸 올리브 나무를 보면서 이제는 안다. 사람도, 식물도 모두 그런 게 아닐까.


적당한 거리를 필요로 했던 시점이 바로 적당한 관심을 가져달라는 시점이 아니었을까.

지나친 관심은 자제해 주세요.라고 말하지 못했던 그날들은 코로나로 인해 적당한 거리두기를 유지하게 되면서, 관심에도 적절한 거리두기를 요하고 있었다. 그래. 이 정도가 적당해.라고 생각하는 모두의 선에서.

하지만 나는 가끔 생각한다. 지나친 관심도, 사실은 어려운 것이라는 걸. 관심을 가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것을. 여기까지만 하고 자제해 주세요.라고 한대도, 누군가의 관심 없이는 우리는 독불장군처럼 살아갈 수는 없다는 걸. 그냥.. 그런 생각이 드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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