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손] Ⅱ. 나를 이룬 것의 팔할
초등학교 입학 이전의 기억은 대부분 선명하거나 명확하지 않지만,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하게 남아 있는 몇 가지 사건들이 있다. 어쩌면 자란 후에 그것에 몇 가지 양념을 얹어 새 이름으로 기억을 만들어 다시 저장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정도 가공했는지와는 관계없이 그 시절 할머니가 내게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한 감각은 그대로다. 그걸 떠올리는 것이 살아가는 데에 상당한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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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머니께 부여한 캐릭터는 외유내강 슈퍼우먼이다. 사람은 비자발적으로도 강해질 수 있다. 살며 언제고 한 번은 그걸 겪어야 한다. 이렇게 고역스러운데도 그 틈에 할머니는 새끼가 낳은 새끼를 아끼고 사랑하기까지 했다. 살아 있는 모든 어미가 이걸 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한편으로는 징그럽고 슬프다. 할머니는 창피하지만 좋은 사람. 허약하지만 강한 사람. 온갖 모순을 다 버무려 놓은 것 같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할머니가 싫기도 좋기도 했다.
2025.04.10.
≪할머니의 품과 손≫이 출간되었습니다.
저의 할머니 이야기가 더 많은 분의 마음에 가닿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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