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수련 명상일기 - 또 속았다
그림 - 김주희 작가님의 <Illusion>, 2014
생각이 마음이다. 생각을 버려야 한다.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 따질 것 없이 생각이 곧 스트레스의 근원이다. 다른 사람을 향한 판단 하나도 사실은 내가 가진 것임을 그렇게 떠들어 놓고 나는 또 속고 말았다. (글 <그게 다 내 모습> 참고)
'착하다.'
'아이 같다.'
'맑다.'
'순수하다.'
긍정적인 의미로 나열한 것은 아니다. 내가 많이 듣는 말이기도 하고 듣기 싫은 말이기도 했었는데, 최근에 다른 누군가를 향해 생각했었다. 그것이 내 마음인데 나는 내 생각에 또 속아서 그 마음을 가진 나를 버릴 생각은 못했다.
내 삶을 돌아보니까, 나는 내가 아이 같은 것이 싫으면서도 아이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사소한 것 하나도 알아서 선택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다. 아무리 바뀌고 싶어서 발버둥 쳐도, 살아온 대로 살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내가 관심과 인정, 보살핌을 받는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물도 많았던 모양이다. 의식적으로 눈물이 삼켜지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내 무의식은 그렇게 울고 싶었나 보다. 나를 좀 알아달라고.
결핍이 클수록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렇다. 누구나 인정 욕구가 있지만 나는 그것이 심해서 문제가 된 경우이다. 나는 예민하게 어떤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사랑받고 싶다'고 생각했던 순간. 다섯 살이 채 안 되었을 때, 그 때 떠올린 그 생각 한 조각.
다섯 살 이전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모든 심리적 문제가 어릴 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억으로만 떠오르던 그 생각이, 그 어린 나이에 일으킨 생각 하나가 그대로 내 삶이 된 것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버리고 버리고 버리다 보니 그 아래에 있던 것도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어릴 전 먹어놓은 그 커다란 마음이 고스란히 올라온다. 왜 내가 지금 이런 모습인지를 알게 되었다. 내가 정말 나밖에 모르고 살고 있었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어린 시절에 머물러버린 내 모습이 부끄러워 괴로움이 밀려든다. 하지만 버려지는 과정임을 알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빼기를 해본다. 버리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똑같이 살 것이므로. 결코 충족되지 못할 욕심 때문에 괴로워 했던 내 삶을 용서하고, 끌어안아 줄 것이다.
마음수련의 마음빼기 명상을 하며 발견하고 버리게 된 내 마음에 대하여 쓰는 명상일기입니다. 나를 돌아보다 보면 부끄러움이 밀려올 때가 많아요. 내가 참 잘못 살았구나, 어떻게 이렇게 나밖에 모를 수가 있지... '나'의 입장에서 조금만 떨어져도 보이는 것들이 많지요. 마음을 버리는 것은, 그런 나를 인정하고 용서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 매거진 이름을 이걸로 바꾸고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