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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Dec 05. 2016

일희일비(一喜一悲)

마음수련 명상일기 - 자기돌아보기

사진 - 마음수련 테헤란로 우대센터 입구
[국어사전] 일희일비(一喜一悲) : 한편으로는 기뻐하고 한편으로는 슬퍼함. 또는 기쁨과 슬픔이 번갈아 일어남


얼마 전, 우연히 발견한 식당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식사를 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뒤늦게 내가 깜박 잊고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하나 놓치고 나왔다는 것이 떠오르자 그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사소한 것이어서 그 아쉬움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조금 전까지 만족감을 느끼고 있던 일을 두고 나는 괴로웠었다.


습관처럼 나의 실수를 후회했지만 단지 생각의 차이가 감정을 올라오게 했을 뿐이다. '경험한 일'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남아 있는 마음이 생각을 일으키고 감정을 올라오게 한다. 그래서 상황이 아닌 나의 마음을 돌아본다. 이번 일도 순전히 '돈'에 대한 마음이 올라와서 일희일비하게 된 것이었다.


돈이 많다고 더 행복하지는 않겠지만 돈이 사람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글 <마음과 돈의 관계> 참고) 무엇보다 돈은 무엇으로든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많으면 많을수록 가능성의 범주도 커진다. 그래서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돈을 소유하는 일은 꽤나 든든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러니 기껏 마음을 내서 그 가능성과 가치를 맞바꾸었는데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보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올라왔던 것이다. 내가 조금 이익을 본다고 생각하면 좋아했다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면 침울했다가. 마음수련 명상을 통해 나를 돌아보다가 나는 허탈해졌다.


내가 가진 돈에 대한 마음, 돈이 없다는 생각, 아껴야 한다는 강박, 가정형편에 대한 원망과 서러움, 사람들에 대한 시기 질투, 부러움, 열등감, 수치심, 눈치 보며 참았던 나의 모습들.. 그 모든 것도 나만이 가진 허상의 마음세계일 뿐이었다. '사실'과 '마음'은 분명히 다르다.


똑같은 가난을 겪었다고 하더라도 모두 나처럼 우울증에 걸리지는 않듯, 단순히 상황 탓이 아니다. 감기처럼 병이 났을 뿐, 내 의지의 문제도 아니다. 그러니 그 '사실'에 대한 내 '마음' 속에 빠져 있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나는 이제야 조금씩, 무엇이 진짜로 나를 위한 일인지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일희일비를 잘한다. 조금 좋아지면 마치 다 나은 것처럼 기뻐했다가 다시 또 마음이 올라오면 좌절하고. 조증과 울증을 반복하며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에 나는 언제나 속고 말았다. 그러기를 반복하다 보니, 일희일비가 오히려 나를 더 아프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은 너무나 쉽게 내 마음이 알아차려지고, 너무나 쉽게 그 마음을 해결하고 그것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글 <긍정의 실체>에서 '나'가 없으면 그림자도 없다고 표현했던 것처럼 일어나는 마음은 그저 조금 남아있는 '그림자'일 뿐이라서 그렇다. 실체가 없는 그림자는 힘이 없다.


나를 괴롭게 하는 상황에 맞딱들였을 때, 상황을 탓하며 괴로운 마음속에 빠지기보다 '나'를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 참 감사하다. 그래서 마음수련 명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자기돌아보기'라고 하고 싶다. 돌아본 내 마음을 비우고 한 걸음 떨어져서 상황을 바라볼 때 지혜도 나온다.


다만 마음수련 명상은 '나'를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마음빼기' 과정이기 때문에, 퍼내면 퍼낼수록 저 깊은 곳에 쌓인 채 굳어 있던 마음덩어리들까지 퐁퐁 솟아오른다. 그것을 '마음이 올라온다'고 표현한다. 그럴 때마다 가라앉히고 눌러 놓아서 맑아보이던 내 마음이 흙탕물로 변하고 만다.


자연히 일희일비하게 되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마음이 올라오면 괴롭지만 퍼낼 수 있게 되니 감사한 일이다. 마음을 퍼내고 나면 시원하고 기쁘지만 그것이 우리의 본성이니 특별할 것이 없다. 그러니 마음을 조금 버렸다고 찾아오는 후련함과 순간순간 일어나는 마음에 일희일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중요한 것은, 항시 살아 있는 그 본래 마음으로 사는 것이다. 내가 아파도, 돈이 없어도, 우울해도, 그것에 마음이 없으면 상황이 나를 괴롭게 하지 못한다. 오히려 상황을 바꿔갈 힘이 더 생긴다. 내가 건강하고, 부유하고, 즐겁다고 한들 그것에 마음이 있으면 상황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게 되겠지. 그래서 마음 없이 사는 것, 세상의 뜻대로 물 흐르듯 사는 것, 그것이 잘 사는 삶이다.


일희일비 대신, 나를 돌아보자




낮과 밤

잘산다 자랑 말고
못산다 한숨 쉬지 마라
세상 삶도
낮과 밤이 있는 법
시비 말고 있어라

- 우명, 시집 <마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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