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그저 세상 뜻대로 흘러간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힘들고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남들은 다 잘나 보이고 나만 부족하다는 느낌 때문에 언제나 다른 누군가를 부러워 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콧웃음을 칠 이야기임을 나도 알지만 부정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다 보면 절망의 나락으로 빠지는 일은 너무나도 쉽다. 나만의 마음 세상에서 혼자 힘들고 우울했으니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라는 말은 꼭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나의 고통은 나만 알 수 있었다.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각자 자기만 아는 자기 마음속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만의 세상에서 자기가 왕이라서,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자기 뜻대로 되기만을 바란다. 하지만 세상의 주인은 세상이기에 세상은 그저 세상 뜻대로 흘러갈 뿐이다. 고통이란 자기라는 개체의 마음을 가져서 그 속에서 자기가 가장 잘나려고 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를 다 버려서 세상과 하나인 세상 마음이 되면 세상 뜻이 내 뜻이 된다. 하는 일에 막힘이 없고 세상 뜻대로 행복하게, 순리대로 흘러가는 삶을 살게 된다.
몸이 약하고 자주 아팠던 나는 무엇이든 남들만큼 하는 것이 소원이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몸이 약한 것이 운동 부족 탓이라는 잔소리를 들었지만 운동을 하는 것도 힘들 정도였다. 매번 새삼스레 놀라게 되는 내 몸은 나의 생각보다도 많이 약했다. 마음수련 명상을 한 뒤로 몸이 많이 가벼워지고 나니까 뒤늦게 내 상태가 인지되었다. 아,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런 상태가 정상이었구나... 나에게 일상이었던 몸 상태가 다른 사람은 어쩌다 한 번 겪는, 혹은 전혀 경험해본 적 없는 몸살, 피로였던 것이다.
한 일도 별로 없는데 최근에도 열흘 넘게 열이 많이 났고, 몸살을 심하게 앓아서 지금도 기운이 하나도 없다. 누워 있어도 어지럽지만 예전처럼 무섭지는 않다. 좋아지는 중이라는 것도 알고, 몸이 아프다는 데 마음이 없으니 괴로움이 없다. 다만 몸이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느껴지니까 일단 누웠다. 이 몸으로 살아오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나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전처럼 욕심내서 내 몸을 혹사시키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고 한다. 그래도 다 잘 된다. 적절한 때에 적절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도움도 받으면서-
모두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감사하다. 내가 아파서 아무것도 못해도 세상은 잘 굴러간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고, 남을 믿어주고 기다려주기보다는 내가 다 해내려고 애를 쓰느라 몸이 더 상했었는데. 이제는 상대를 믿어줄 수도 있고 도움을 청할 수도 있고, 함께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다. 나라는 존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이나, 모두가 함께 할 때 우리의 힘은 백 배, 천 배가 된다.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위해서 세상 뜻대로 살면, 고통 없이 온통 행복으로 가득찬 삶을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