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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명한 새벽빛 Oct 15. 2016

울지 마, 아프지 마

마음수련 명상일기 - 울 거야, 아플 거야

그림 - 김주희 작가님


나는 왜 약할까?
언제쯤 건강해질까?

언제쯤 눈물이 멈출까?
나는 왜 이렇게 눈물이 많을까?


몸도 마음도 여려서 말 그대로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을 쏟았던 나는... 삶이 정말 피곤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는 우는 나를 달래는 일에 지쳐 눈물이 썩어 빠졌냐는 말로 혼을 냈다. 맞는다고 눈물이 그칠 리가 있나, 나는 더 서럽게 울었다. 그나마 그 때는 '어려서' 그렇다고 변명이라도 할 수 있는데 커서도 때와 장소를 불문하고 쉬이 흐르는 눈물에 함께 하던 이들이 난처해 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우는 것도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큰 일인지 모른다. 십대 때도 나는 울다 지쳐 잠이 드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렇게 아무리 울기 싫어도 멈추지 않는 눈물 때문에 눈을 뽑아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했다. 눈물샘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걸까? 아니면 눈물샘 기능이 너무 좋은 걸까? 몸에 있는 물이란 물은 다 눈물로 만들어 내보내는 것 같다. 엄마 말마따나 나는 눈물이 썩어빠진 게 틀림 없다.


울지 마


우는 나를 달래려고 사람들은 말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다. 나도 울고 싶어서 우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나의 내면 아이가 미치도록 울고 싶어서 우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나'는 울고 싶지 않았다. 아플 때가 가장 서럽다. 누군가의 공감도 받지 못하는 나의 아픔은 더더욱 서럽다. 나쁜 생각이지만 차라리 진단이 가능한 큰 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도 생각했었다. 실체가 없는 병이 더 무섭기 때문이다.


이제야 내 아픔을 증명하는 일을 관두기로 했다. 가족조차도 "어디가 어떻게 아픈데?"라고 물어왔다. 그동안 관심도 안 갖다가 그러니까 더 서운하다. 자주 아프다고 하니까 학생이고 학부모고 동료교사고 내가 민폐만 끼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괜히 버티는 것이 더 민폐인 것을 나만 몰랐다. 학부모님이 교원평가에 "본인 건강부터 챙기세요"라고 써 주신 것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감사했다.


아프지 마


사람들이 저마다 걱정해서 하는 말이지만, 이것도 소용 없기는 매 한가지라고 생각했었다. 정작 나는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플 때마다 눈물이 멈추지 않을 만큼 서러운 이유를 돌아보니 바로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더라. 그래서 가끔 "또 아파도 아픔 속에 있지 않을께요"라고 대꾸하기도 했었다. 마음수련 명상을 하고 나서는 그렇게 되었기에 하는 말이다.


마음수련을 하고 나서야 나는 아픈 내 몸에 대한 원망을 내려 놓을 수 있게 되었다. 눈물이 썩어빠진 데 대해서도 탓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부제목을 '울 거야, 아플 거야'라고 달았다. 눈물이 나면 울고, 아프면 아플 것이다. 마음수련 명상을 통해서 달라진 것은 받아들임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나에게 슬픔이 없어서 내가 행복한 것이 아니고, 아픔이 없어서 행복한 것이 아니다.


슬퍼도 슬픔 속에 있지 않고,
아파도 아픔 속에 있지 않기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그러나, 마음수련 명상을 한 뒤에 눈물도 많이 줄었고 몸도 많이 건강해진 편인 것은 틀림 없는 사실이다. 마음에서 원인이 되는 것을 찾아서 버린 덕에 덜 울고 덜 아플 수 있게 되긴 했다. 눈물이 줄어든 것이 이 정도, 건강해진 것이 이 정도라는 게 함정이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다. 마음에 응어리진,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을 찾아서 버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적어도 이제는 원인 모를 눈물을 쏟지는 않는다. 예전에는 눈물을 쏟아내는 '고장 난 수도꼭지'가 바로 나여서, 잠그지도 못하고 쩔쩔 맸다면 지금은 수도꼭지를 바라 보고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다랄까. 가만히 바라 보다가 손을 뻗어 수도꼭지를 잠그면 언제 그랬냐는 듯 눈물이 멈춘다. 스스로도 이해 못해줬었지만, 눈물도 흘릴 만하니까 흘리겠지.. 아플 만하니까 아프겠지..


걱정 마. 때가 되면 나도 더 이상
안 울 거야, 안 아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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