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단상

오리가 날다니

by 춤추듯이


하루를 나고 있는 자맥질

머리나 몸체보다 무거운 엉덩이

거꾸로 물구나무를 서서 무게중심을 잡느라 얼마나 힘들까 싶은데 너무도 열심히 자신의 하루를 책임지고 있다

잠수하고 고개를 들어 올릴 땐 작은 물고기를 입에 물고 있다 딱 두 번에 걸쳐 목구멍으로 삼켜 버린다

당기고 꿀꺽

네다섯 번의 자맥질을 마치면 또다시 하늘을 향해 날개를 펼치고 오리는 난다

또 다른 하루를 나기 위한 곳으로..


빨간 벼슬을 하늘 높이 휘날리며 유유히 마당을 제 집인양 다니는 꼬꼬닭 한 마리가 있었다

여러 마리 닭 중에 유난히 크고 붉었던 벼슬이 맨드라미 꽃을 닮아 멋있었던 그 생명체

난 나의 성씨를 붙여 홍 꼬꼬라 이름 지어 불렀고

큰 덩치에 겁이 났지만 나랑은 친구라며 혼자 그냥 정해 버렸다 어느 날 아침엔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녀석이 보이질 않았다 한참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마당 한쪽에 있는 우상각 지붕에서 날아 내리듯 바닥에 착지를 하는 것이 아닌가..

아.. 분명 난거지? 날 수 있는 거였어? 그랬어? 눈앞에 현실에 꿈이라도 꾼 거처럼 양쪽 눈을 비벼 가며 홍 꼬꼬의 행태를 살폈다

그럼 저 높은 곳을 어떻게 올라갔던 거지? 분명히 날듯이 착지했으니 올라갈 때도 날아서 가야 하는데..


닭이 날 수가 있었어? 난 지금 밤사이 마술 부리는 꼬꼬닭의 한 형세를 본 것이야

온갖 추측이 상상이 만발했는데 딱히 확인할 방법도 확신도 없었다

그런데 한 가지 가능성을 두자면 우상각 처마 끝쪽 걸쳐 있는 사다리가 의심된다.. 홍 꼬꼬가 저걸 밟고 지붕 위로 올라갔다면?

그렇다면 무게중심이 평형이 아닌 45도 이상인데 정말 대단한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요즘은 코로나 덕분에 자연의 소중함도 생활의 불편함도 함께 느낀다 사실상 나도 지구별의 한 사람으로서 제대로의 환경 지킴이를 하고 있는지 각성하고 더 신경 쓰며 지키려 하고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 이어도 더 깊게 가지는 말아달라고 자연에게 용서하고 빌고 싶은 마음도 드니까..


집 앞에 탄천 산책로가 있어서 하루에 한 번은 유산소 걷기 운동을 하는데 그 개천에는 오리도 물고기도 많다

먹이 사슬이 함께 있으니 지나는 철새들도 가끔 물을 마시러 들르는 거 같다

처음에는 뒤뚱거리며 자맥질하던 모습을 보면서

귀여워~안녕~했던 인사가 뜸하게 보이기라도 하는 날에는 무슨 일인가 하고 걱정도 하게 되었다

사람이 살면서 꼭 사람 하고만 소통하란 법은 없으니.. 이곳저곳 보이는 꽃들이며 살아 있는 모든 것들에게 일방적 인사를 건네곤 한다

여하튼 그들은 ‘최고의 이쁜 모습’을 보이는 중일 테니 감사하는 마음은 자연의 이치고 도리고 순환 같다

후드득 무언가 날아 차 오른다

오리가 날았다

정말로 말이지 멋지게

저 높은 하늘로 자유로이 날아오르더라

꼬꼬닭 은 못 날았는데 오리는 눈앞에서 무리 지어 유유자적 또는 바삐 제 살길을 찾아 날아갔다

신기해 신기해 너무도 말이지

오리가 날다니..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