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헌신의 시작과 고독
로드킬 당한 고양이를 목격한 딸아이의 부탁으로 길고양이 돌보는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엄마, 우리가 길고양이의 삶에 얼마나 개입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도와주고 싶어. 우리 같이 밥 주자." 나는 딸아이가 목격한 그 장면을 지워 줄 수는 없지만, 밥을 주는 일은 들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 그러자. 우리 같이 밥 주자."
그렇게 시작된 밥 주는 일은 딸아이가 유학을 가고 난 후 나 혼자 주게 되었고, 지금은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2. 고통의 목격과 존재론적 동일시
그 후 나는 길고양이들의 삶을 목격했습니다. 로드킬, 주차킬, 길고양이 혐오 범죄로 너무나 많은 생명들이 고양이 별로 떠났습니다.
젖은 낙엽 바로 밑에 길고양이들의 존재가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젖은 낙엽 바로 밑의 길고양이, 그 바로 위에 캣맘들이 있었습니다.
나는 태어나 이런 대접을 받으며 살아온 적이 없는데, 밥을 준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나를 멸시하고, 욕하고, 신고하고, 멱살을 잡고, 삿대질을 해 대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그들이 하는 욕설보다 삿대질보다 내가 더 두려운 것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못 주게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이 더 아팠습니다. 어쩌면 나는 밥을 준다는 이유로 겪는 일들이지만, 길고양이들에게는 존재 자체를 부인당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3. 법적 투쟁과 연대
나는 그 이후로도 그런 일이 생길 때를 대비했고, 사람들에게 고양이 밥 주는 것은 불법이 아니나 사람을 협박하는 일과 고양이를 학대하는 일이 범죄임을 알렸습니다.
동물권 변호사 단체에서 배포용 포스터를 받았고, 나는 그것을 다른 캣맘들에게 배포했습니다. 나만이 아닌 다른 캣맘들도 이런 일을 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길고양이는 동물 보호법에 보호받는 동물이며,
동물보호법 제3조 2항에 의거 길고양이 밥 주는 것은 합법입니다.
길고양이 학대는 명백한 범죄이며, 3년 이하의 징역과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있습니다.
4. 최종적인 소망
꼭 법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나는 늘 생각합니다. 사람만 행복한 세상 말고, 사람도 동식물도 함께 행복한 세상이 만들어지길 오늘도 바라봅니다.
오늘 나비(고양이 이름으로 추정)가 보이지 않았기에, 나는 밥 주는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안 보이던 아이의 걱정으로 마음이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