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분
재규어에 몸을 실었다.
그분이 운전을 하기 위해 탔고 핸들링을 위한 준비로 장갑을 꺼냈다.
장갑 안에 얇은 손가락을 밀어 넣던 모습이 기억에 잠재되었다.
나, 그분, 그분의 딸이 작은 계약을 위해 은평구 갈현동에서 사직공원으로
세무사를 찾아가는 길이었다.
그분이 조련하는 재규어와 그 위에 올라탄 나, 우리는 함께 혹독한 시련을
견뎠다. 부드러운 손을 장갑에 밀어 넣었을 때 느꼈던 기대와 달리 그분의 팔꿈치는
거칠게 움직였고 무심한 발길질에 재규어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이 아름다운 갈색 곱슬머리의 조련사가 자신의 재규어를 혹독하게 조련하는
모습이, 아름답고 서글픈 기억이 된 것은 가끔 전해 듣던 그분의 소식 때문이었다.
사직공원에서의 계약을 끝으로 한 번도 그분을 만난 적이 없었다.
남편과의 이별 소식이 들렸다.
자식들이 속을 썩인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병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재규어를 진작에 팔아치웠다는 소식도 나중에 들었다.
가끔 만나는 그분의 딸에게 그렇게 소식을 들었다.
예전 소식에 비하면 최신 소식은 활기찼다.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재규어를 혹독하게 다루던 모습이 떠올랐다.
어딘지 모를 곳에서 주인을 그리워하는 재규어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재규어의 빨간 바디는 그대로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