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주례자는 없는 게 좋을 듯했다.
인생의 출발선에서 권위 있는 어른이 덕담이 있다면 좋겠지만 없다고 큰일 날 일도 아니었다. 나와 여자친구 모두를 아는 어른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그런 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 주례자가 있다면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식순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뭔가 정형화된 틀로 딱 굳어지는 느낌이랄까. 아무도 듣지 않는 주례사를 굳이 식순에 욱여넣어 결혼식의 외형을 억지로 갖추고 싶진 않았다. 우리처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서 인지 요즘은 주례 없는 결혼식은 흔하디 흔하다.
“주례자가 없다면, 음… 그 시간에 그냥 신랑 신부가 나와서 감사 인사를 한 마디씩 하는 거야! 결혼식장에 갔는데 신랑 신부 목소리 한번 못 듣는 경우도 많잖아."
“오~ 재밌겠다. 서로한테 편지도 읽고 결혼 생활 약속 같은 거 만들어서 선서도 하자. '싸우고 나서도 꼭 같은 침대에서 자겠습니다.' 뭐 이런 거 있잖아 하하.”
여자 친구와 낄낄 거리며 생각했던 결혼식의 모습은 그랬다.
어느 날 여자친구의 어머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생각해 봤는데 주례 없는 결혼식은 좀 아닌 것 같은데.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어떤가.”
“그래. 아빠 생각도 마찬가지야. 너무 가볍게 가는 것도 좋지 않아.”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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