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를 둑둑 분질러 겉옷을 조금 벗기고
가지런한 몸통을 먼저 알뜰히 먹고
그녀의 노란 머리칼을 삶아 그 물을 마셨다.
초록오이 우둘투둘한 껍질을 시원스레 깎고
매끈한 연두빛 속살을 아사삭
베어 물었다.
가지는 보랏빛을 살리면서 찜기에 쪄내고
세로로 쭉쭉 찢어서
몰캉몰캉 양념해서 부드럽게 먹었다.
먹고 먹어도 뜨거운 여름이었지만
이 아름다운 식재료들 덕분에 그럭저럭 행복하였다
가끔 고기나 생선을 구해
깻잎 위에 상추 위에 호박잎 속에 넣었더니
어느새 성큼 가을이었다.
살아내느라 다들 애썼다고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