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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보내며 / 한수남

by 한수남


너는 신속하게 불어닥쳤고

어깨며 가슴이며 웅크리게 했고

얇은 종이쯤은 갈기갈기 찢어놓기도 했다.

너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나는 너를 사랑한 적이 많았다.

너는 명령했다.

더 가까이 다가가기를

더 뜨겁게 안아주기를

가장 새하얀 속살을 가진 너에게

잘가라, 잘가라, 겉옷을 챙겨 입히고

두눈을 감으면

졸졸졸, 어디선가 물이 흘러가는 소리


겨울나무와 새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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