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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퍼 / 한수남

by 한수남


저걸 신고 헐레벌떡 뛰어왔구나


검정 바탕에 하얀 줄이 세 개, 너무 낡아

경계가 흐릿한 삼선은 귀퉁이가 살짝 터졌구나


저걸 신고 도망쳐 나왔구나


엄동설한에 맨발로 슬리퍼 두 짝 꿰어신고

기차역에 서있는 젊은 여자는

우두커니 허깨비같은 젊은 날의 내 모습이 아닌가

저걸 신고 기어이 떠나는구나


화들짝 놀라더니 서둘러 기차에 오르는 여자의

발뒤꿈치를 나는 보고 말았다. 낡은 슬리퍼 위에

사뿐 올려진 절박하도록 시린 뒤꿈치를!


삼선슬리퍼(무료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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