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무 그늘에
우리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요
어깨를 기대지도 못하고
손 내밀지도 못하고
도망치듯 달아난 내 마지막 모습을
당신은 언제
어느 순간에 저를 기억할까요
어느 쓸쓸한 바닷가에
내 눈물이 남아 있을까요
어둠 속에 부서지는 흰 파도
흰 파도 보며
철 지난 유행가를 고래고래 불렀었지요
당신은 언제, 어느 순간에
그 노래를 기억할까요
이제 우리 사랑도 낡아서
허름한 사랑
눈부신 젊음도 가고
목마른 노래도 가고
어느 꽃 지는 나무 아래
허름해서 편안한 옷을 입고
같이 걸어볼 수 있을까요
멀리서 바다가 먼저 구슬픈 소리로
울음 웁니다.
어찌 알고 새들이 붉은 노을 속을
날아갑니다.
부끄러운 손이지만 먼저 내밀어봅니다.
힘 주어 잡았다가 스르르 풀어줍니다.
마음의 불덩어리도 풀어내면
저렇게 아름다운 노을이 되는 것을
지금, 보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