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으로 타박받았던 날
물론 상대적으로 나보다 많이 생각했다는 이야기이다. 나는 건강보다는 다른 많은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소원을 빌 때도 건강보다는 다른 목적을 가진 것들에 마음을 비는 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1년에 한 번은 건강검진이라는 것을 받는다. 나의 건강이 안 좋아 진곳이 있는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보는 것도 있지만, 난 그저 나의 몸 상태가 궁금했다. 어떻게 돼먹은 몸인지 1년을 잘 버티고 있는지 혹은 다음 건강검진까지 또 버틸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늘 듣는 소리는 위가 안 좋다는 것이었다. 식습관이 불규칙하기도 하고, 그렇게 음식을 가려서 먹지는 않기에 당연한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알게 된 이후 건강에 관한 잔소리를 가끔 들었다. 밤늦게 자기도 하고, 아침에 빈속에 커피에, 저녁은 정해지지 않은 시간에 밥을 먹는 등 이상한 습관 때문에 그녀의 걱정이 잔소리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과거의 이야기이지만 문득 그때의 걱정이 그리웠다. 그때는 그저 나의 건강상태는 이렇더라는 정도로 통보하는 느낌이었는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그때의 시간을 그저 흘려 넘기면 안 되는 나를 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내가 관심 가지지 않는 것에 걱정해 주는 그러므로 해서 걱정을 넘어 잔소리까지 해주는 관심을 더 이상 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 시간이 아쉽게만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나름 건강과 관련하여 나보다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늘 걱정을 해주었고, 나를 위한 조치도 서슴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랜만에 저장되었던 건강검진 표를 다시 보며 나의 건강을 옅보기보다는 그때의 잔소리를 회상하며, 그리움을 표출하고 있다. 이것도 이별이 가진 강력한 힘이라 생각하며, 아직도 여전히 생생한 그때가 어느새 바래져 없어질 것이 두렵다.
산책을 하려 나갈 준비를 하면 나갈 때마다 먹으려고 그녀가 사준 양배추 즙 상자를 본다. 아직 몇 개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끝을 보기 싫어 늘 피해서 가고 하지만, 오늘따라 유독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저 양배추즙을 다 먹으면 또 사줄 거라던 그녀의 다짐이 오늘따라 그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