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트 훅 시스템
스마트폰의 "폰"이라는 기능은 그다지 사용하지 않은 것 같다. 연락올 사람도 딱히 없지만, 연락을 먼저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저 늘 들고는 다니지만, 막상 없으면 불안한 그러한 물건이 나의 스마트 폰이다.
현재 폰은 3년 넘게 쓴 것 같다. 주변의 누군가를 만나면 스마트폰 시리즈 중 하나인데 이게 마지막 모델이라며 꼭 한 마디씩 내가 먼저 자랑 아닌 자랑을 한다.(아이폰은 아니다)
사실 아이폰으로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최근 들어 생겼다. 나의 주변에 거의 대부분은 아이폰을 쓰고 있고, 지난 연애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어, 페이스타임도 못한다고 투덜 되던 게 생각이 난다. 물론 이러한 부분은 카카오톡 영상통화나 내가 가지고 있던 테스트폰인 아이폰으로 가능한 것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바꾸고 싶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폰이 너무 크기도 하고, 막상 사진을 찍으면 이상하게 찍힌다는 생각을 최근 들어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의 스마트폰은 그저 애물단지였다.
그러다 가끔 울리는 카카오톡 알림이 울렸다. 지난 선물을 받은 혹은 준 친구를 확인해 보라는 아주 친절한 회사의 배려였다. 난 생일이 된 친구가 있으면 웬만하면 커피나 케이크 대신 그나마 유용한 아이템등을 선물로 주곤 했는데 그러하게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잘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이유로 이렇게 카카오톡이 친절한 것인지 잘 모르지만, 그렇게 알림이 울렸다.
서로 선물을 주고받은 친구의 목록을 확인하다가 내가 사용하지 않은 선물들도 있다는 것도 확인하였다. 그중 그녀가 나에게 보내준 3개의 선물 중 2개를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2개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내가 글을 쓸 정도로 놀란 건 아니지만, 그 와중에 내가 관심가지는 혹은 나의 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선물을 그녀가 줬었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롯데리아 햄버거를 좋아한다고 그중 데리버거를 아주 좋아한다고 말했던 난 그녀도 꼭 먹어 볼 거라며 말하며 나에게 보내준 쿠폰이 있었고, 스트레스가 쌓인 걸 투덜 되었을 때 당충전을 하라며 보내준 카페 쿠폰이 있었다. 마지막 그녀와의 약속으로 지키는 것 중에 하나인 양배추즙 먹기는 그녀가 나에게 보내준 선물 중 하나로 지금도 열심히 먹으려고 노력 중이다. 식습관이 그렇게 좋지 않은 날 위해 위가 아프지 말라고 보내준 그녀의 배려에 지금이나마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낀다.
사실 생각이 없었다. 그녀를 하루에 많은 시간 미련이라는 이름으로 떠올리긴 하지만, 기계 따위가 나의 기억을 상기시켜 주는 것에 라이트 훅을 맞은 거 마냥 멍하다. 단순 선물이었지만, 그건 서로 좋게 만나고 있을 때 이야기였고, 지금은 미련을 가진 바보 같은 남자 입장에서는 그녀와의 자그마한 추억한 줄 기도 마음이 아려온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오른 알림으로 인해 울적해진다.
'그래 맞아. 그녀는 이랬지. 그녀는 날 많이 배려하고 걱정해 줬지.'
라는 생각을 하며 이별이 아직은 끝나지 않음을 생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