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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원칙 시리즈
10. 개구리 먹기
11. 먼저 손내밀기
12. 무시를 대하는 태도
13. 운과 실력
나는 종종 내가 하는 일이 야구의 포수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공을 던지는 사람은 투수지만, 그 투구 하나하나에 방향을 불어넣는 것은 포수다. 포수는 던지지 않지만, 경기를 지배한다. 이 깨달음은 단지 직장에서의 역할을 넘어,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은유가 되었다.
사람들은 대개 공을 던지고, 안타를 치고, 홈런을 날리는 이들에게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포수는 그림자처럼 늘 그 자리에 있다. 나 역시 살아가면서 “내가 직접 빛나는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지 않을까?”라는 불안에 휩싸이곤 했다. 그러나 포수처럼, 주인공이 아니어도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흐름을 읽고, 방향을 제시하고, 사람을 살리는 역할—그것이 내 삶의 방식일 수 있다.
포수는 때로 공을 몸으로 막는다. 흙바닥에 무릎을 꿇고, 가슴으로 공을 받아내며, 주자의 진루를 저지한다. 그 순간은 화려하지 않고, 오히려 고통스럽다. 하지만 팀을 지키는 데에는 꼭 필요한 일이다.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관계의 균열, 예기치 못한 위험, 책임져야 하는 결정들—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 날아들 때, 누군가는 막아내야 한다. 나는 그 역할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속한 공동체를 지키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포수는 경기에서 유일하게 모든 것을 바라본다. 투수의 손끝, 주자의 발걸음, 타자의 습관, 심판의 호흡까지 한눈에 담는다. 나도 삶에서 그런 시야를 갖고 싶다. 순간의 문제에만 매몰되지 않고, 지금의 선택이 내일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내가 하는 일이 관계와 시간 위에 어떤 무늬를 남길지 바라보는 눈 말이다.
이 시야를 잃으면, 나는 공에 쫓기듯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전체를 보는 눈을 가질 때, 비로소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있다.
포수는 공을 던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없으면 투수의 공은 빛을 잃는다. 나도 늘 “직접 뭔가를 만들어내야만 가치가 있다”라는 압박에 시달려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던지지 않아도, 나의 역할은 충분히 의미 있다. 흐름을 읽고, 리스크를 막고, 큰 그림을 놓치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리드하되, 모든 것을 내가 쥐려 하지 않는다.
위기의 공은 내가 막는다.
큰 그림을 잃지 않는다.
던지지 않아도, 나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