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개구리를 삼켜라, 두려움을 직면하라

365 Proejct (282/365)

by Jamin

삶의 원칙 시리즈

1. 귀찮은 건 하는 거

2. 부정정 생각이 들 땐, 긍정적 생각 2번 하기

3. 가능한 온전한 문장으로 소통하자.

4. 검색-사색-검색

5. 의사결정은 가능한 빠르게

6. 멀티테스킹 말고 일석이조

7. 상수와 변수

8. 선택과 책임

9. 위임하기


당신도 이런 경험이 있는가?


중요한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앞두고 갑자기 책상 정리를 시작한 적이 있는가? 불편한 전화를 걸어야 할 시간에 의미 없는 웹서핑으로 시간을 보낸 적은? 마감이 코앞인데 갑자기 넷플릭스가 보고 싶어진 적은?

우리를 멈추게 하는 이 미루기 뒤에는 대부분 '두려움'이 숨어있다. 특히 경험하지 않은 낯선 일일수록 그 두려움은 과도하게 증폭된다. "Eat the Frog"라는 원칙이 단순한 생산성 팁을 넘어 삶의 태도로 읽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루의 시작에 가장 두렵고 긴장되는 일을 먼저 마주하는 것은 두려움이 삶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는 작지만 중요한 선언이다.


철학으로 본 두려움과 존재


철학에서 두려움(혹은 불안, Angst)은 단순한 감정을 넘어 존재론적 구조로 다뤄진다.


마틴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인간 존재(Dasein)가 세계 속에 '던져진(thrownness)' 존재라고 말한다. 내가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 이 시대에 태어난 것, 이 부모 밑에서 자란 것—이 모든 조건을 내가 선택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나는 이 조건들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이 던져짐 자체가 불안과 두려움의 근원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 불안은 우리가 진정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실존주의자들은 자유와 책임의 무게가 불안을 발생시키며, 이를 회피하는 삶이 '부정된 삶'(Bad Faith)으로 이어진다고 본다. 예를 들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있지만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원치 않는 직업에 머무르는 것, 관계를 끝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익숙함' 때문에 유지하는 것이 바로 책임을 회피하는 '부정된 삶'의 모습이다.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에서 인간이 이처럼 선택과 책임을 회피할 때 내면의 공허와 무의미를 경험한다고 말한다.


니체는 더 나아가 인간이 두려워하는 것과 직면함으로써 '힘에의 의지(Will to Power)'를 실현한다고 본다. 매일 아침 차가운 샤워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단순히 찬물을 견디는 게 아니라, '불편함을 선택할 수 있는 자신'을 매일 확인하는 것이다. 존재의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그 위에 서는 것이 진정한 자유의 조건이다.


인지심리학과 미루기의 메커니즘


두려움이 미루기로 이어지는 과정은 심리학적으로 잘 연구되어 있다.


연구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낮은 자기효능감, 불확실한 결과에 대한 불안이 미루기의 주요 원인임을 보여준다. 한 대학원생은 논문을 쓰지 못하고 6개월을 보냈다. 알고 보니 그가 두려워한 것은 '완벽하지 못한 논문을 쓸까 봐'였다. 완벽하지 못한 논문이 자신의 무능을 증명할까 봐 두려워 아예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인지심리학자들은 과제가 고통스럽거나 결과가 불확실할수록 미루는 경향이 커진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미루기의 악순환이다. 미루면 불안이 쌓이고, 그 불안이 일을 더 미루게 하며, 그 결과가 다시 불안을 증폭시킨다. 이 고리를 끊는 방법 중 하나가 "작은 단위로 쪼개서 경험해보는 것"이다.


다시 일어서는 힘: 회복탄력성


두려움에 맞서는 것은 단순히 일을 끝내는 것이 아니다. 이는 쓰러져도 무너지지 않는 힘, 즉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기르는 과정이다. 두려운 일을 마주하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경험 자체가 '나는 이 정도의 어려움은 감당할 수 있다'는 자기 확신, 즉 심리적 근육을 만들기 때문이다.


복싱이나 록키 영화가 주는 감동은 펀치를 피하는 능력보다 쓰러진 후에도 다시 일어서는 능력에서 온다. 처음 거절당했을 때는 일주일을 앓았지만, 열 번째 거절 후에는 하루만 우울했고, 스무 번째 거절 후에는 한 시간이면 회복했다는 한 영업사원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두려움과 실패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회복의 속도를 높여간다.


회복력을 키우는 방법 중 하나는 두려움을 빨리 경험하고, 피할 틈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작은 실패와 부담은 우리를 단련시키고, 점차 더 큰 어려움도 견딜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AI 시대, 두려움의 재배치


AI 시대에 우리는 작은 두려움—반복적 업무, 지루한 절차—을 위임하여 에너지를 보존할 수 있다. 그러나 큰 두려움—자신의 의미, 관계, 존재적 선택—은 위임할 수 없는 영역이다.


AI는 데이터 정리, 이메일 관리, 일정 조율 같은 작은 '개구리'를 대신 삼켜줄 수 있다. 그렇게 확보한 에너지로 우리는 더 본질적인 '개구리' 앞에 설 수 있다. 가령, AI는 나의 커리어 데이터를 분석해줄 순 있지만, 어떤 일을 할 때 진정으로 행복한지에 대한 답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AI가 관계 갈등에 대한 해결책을 제안할 수는 있지만, 연인에게 먼저 사과하는 용기는 오롯이 나의 몫이다. AI가 부모님과의 대화 스크립트를 만들어줄 순 있어도, 그 전화를 거는 떨리는 손은 내 것이어야 한다.


결론: 두려움 앞에 서는 법


"Eat the Frog"는 생산성 기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삶이 던지는 불확실성과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존재의 태도이며, 내면을 단련하는 철학적·심리적 훈련이다.


실천 체크리스트

자기 점검

지금 내가 회피하고 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그 과제 뒤에 숨은 두려움을 구체적으로 명명할 수 있는가?


두려움 명명하기

"만약 실패한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두려운가?"

상사에게 무능해 보일까 봐

동료들의 비웃음을 살까 봐

기대에 못 미칠까 봐

거절당할까 봐


실천 전략

15분 단위로 쪼개기

딱 15분만 집중하는 뽀모도로 기법 활용

"완성"이 아닌 "시작"에 목표 두기

첫 문장, 첫 슬라이드, 첫 전화만 하기


최악의 시나리오 직면하기 (Fear-Setting)

이 일이 최악으로 끝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실패했을 때,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반대로, 이 일을 하지 않았을 때의 비용은 무엇인가?


회복 훈련

작은 거절 의도적으로 경험하기

불완전한 결과물 일부러 공유하기

"충분히 좋은" 수준에서 멈추기 연습


핵심 질문


"나는 어떤 개구리를 반드시 스스로 삼켜야 하는가?"


이 질문을 정직하게 마주할 때, 우리는 비로소 두려움을 넘어 성장할 수 있다. 그리고 기억하라. 개구리는 아침에 삼킬수록 맛이 덜 끔찍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위임, 대리인 그리고 Agentic AI의 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