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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임, 대리인 그리고 Agentic AI의 시대

365 Proejct (281/365)

by Jamin

삶의 원칙 시리즈

1. 귀찮은 건 하는 거

2. 부정정 생각이 들 땐, 긍정적 생각 2번 하기

3. 가능한 온전한 문장으로 소통하자.

4. 검색-사색-검색

5. 의사결정은 가능한 빠르게

6. 멀티테스킹 말고 일석이조

7. 상수와 변수

8. 선택과 책임


우리는 모든 일을 스스로 해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인간의 뇌는 본질적으로 동시에 여러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없으며 , 끝없이 반복되는 자잘한 업무는 창의성과 사유의 에너지를 소진시킵니다 . 모든 것을 혼자 붙드는 태도는 성실함의 미덕처럼 보일 수 있지만, 때로는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는 아집의 다른 이름일 수 있습니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만 완성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폴리스적 동물”이라 불렀습니다. 우리는 본질적으로 관계와 공동체 속에서 비로소 온전해집니다. 그래서 인류는 오래전부터 ‘대리인’을 통해 능력을 확장해왔습니다. 왕은 사자를 보내 명령을 전했고, 상인은 회계사에게 부를 맡겼으며, 오늘날의 개인은 변호사·세무사·비서를 통해 복잡한 사회 체계와 마주합니다. 위임은 책임을 던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더 본질적인 과업—사유, 비전, 관계의 돌봄—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맡긴다는 것의 무게


그러나 ‘맡긴다’는 행위는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인간의 행위가 타인과의 신뢰와 약속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위임은 단순한 업무 배분이 아니라, “나는 당신을 믿는다”라는 선언입니다. 믿음 없는 위임은 방임이 되고, 간섭이 잦은 위임은 불신으로 전락합니다. 맡김은 결국 신뢰와 검증 사이의 균형 예술입니다.


위임에는 몇 가지 층위가 있습니다.


지시의 위임: 절차와 기준을 상세히 정의하고 따르게 하는 방식.

협업의 위임: 권한을 주되, 주기적으로 점검과 피드백을 교환하는 방식.

신뢰의 위임: 목표와 원칙만 공유하고 결과를 전적으로 믿는 방식.


각 층위는 대상의 능력, 일의 성격(되돌릴 수 있는가? 윤리적 민감성은 없는가?), 그리고 내가 감수할 수 있는 리스크에 따라 달라집니다. 결국, 맡긴다는 것은 책임을 나누는 일이지,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아닙니다.


현대 사회와 위임의 지혜


현대 사회는 위임 없이는 작동할 수 없습니다. 스타트업 리더가 모든 실무를 직접 처리한다면 곧 한계에 부딪힐 것입니다. 성공적인 리더는 반복 가능한 업무는 팀에 위임하고, 자신은 창의적 판단과 전략, 비전을 붙듭니다. 개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소나 세탁 같은 일상을 외부 서비스에 맡기고, 그렇게 확보한 시간으로 아이와의 대화를 나누거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사색하는 것은 삶의 질을 높이는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새로운 대리인: Agentic AI


그리고 이제 우리 곁에는 Agentic AI라는 새로운 대리인이 등장했습니다. AI는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점점 더 자율적인 ‘대리자(Agent)’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방대한 정보를 정리해 사색의 재료를 제공하는 검색의 대리인 ,

불완전한 실행조차 학습과 개선의 기회로 바꾸는 실험의 대리인 ,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실행의 대리인 .


그러나 AI에게도 무조건 맡길 수는 없습니다.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최종 책임을 지는 것은 언제나 인간의 몫입니다. 다만 현명하게 위임한다면, 우리는 기계적 반복에서 해방되어 더 깊은 질문을 던지고, 더 본질적인 사색에 몰두하며, 진정한 창의성을 발휘할 시간을 얻게 될 것입니다.


위임은 포기가 아니라 확장이다


위임은 무능의 표시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방식을 설계할 줄 아는 능력입니다. 혼자서는 닿을 수 없는 미지의 영역에, 우리는 서로를 향한 신뢰를 통해, 그리고 이제는 AI라는 강력한 대리인을 통해 도달할 수 있습니다.


실천을 위한 짧은 체크리스트


오늘 나는 무엇을 직접 붙들어야 하는가? (창의, 윤리, 관계, 본질적 질문)

오늘 나는 무엇을 기꺼이 맡길 수 있는가? (반복, 귀찮음, 타인의 전문성)

맡긴 일에 대해 나는 신뢰와 검증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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