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주 출생부터 만삭아로 보던 예전 견해와 달리 근래에는 39주부터 만삭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37~38주는 조기만삭아라고 부른다.)
37주 1일째, 여전히 피가 흐른다. 흑흑.
의사는 피와 물(?)이 섞여 나온다며 양막 파수를 의심했다. 양막이 두 겹인데 그중 하나가 찢어진 것 같다며 곧바로양수 검사를 진행했다. 다행히양수는 아니었으나, 그녀는 왠지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양수 검사는 100% 신뢰할 수 없으니 이번주에 낳읍시다."
엥? 뭐라고?
ㅡ
지금 이 순간에도 출산의 징조가 없다. 그 흔한 자궁 수축도 진통도 없다. 그럼에도 아기를 일찍 낳아야 하나? 이렇게 빨리? 혹시나 모를 위험 상황 때문에? 피가 나는 이유도 정확히 모르는데? 이미 가지고 있던 자궁 내 용종이 터진 것일 수도 있지 않나?...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37주라니.
무조건 39주까지는 품고 있고 싶었다. 43세 노산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이런 것 밖에 없다. 자연분만도 어렵고 젊은 엄마들처럼 생기발랄하게 오래도록 함께 있어줄 수도 없다.
"두 분이 논의하셔서 지금 알려주세요!"
우리는 대기실 의자로 쫓겨났다. 아기의 존재를 알게 된 날 이후 처음으로 눈물이 흘렀다.
피가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듯 눈물이 나는 이유도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인생에서 가장 중대한 일을 복잡한 병원 대기실에서, 이토록 당혹스러운 마음속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나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압도했다.
그러나 결정해야 했다. 우리는 최대한 미룰 수 있다는 37주 4일로 날자를 잡아두고 병원 밖으로 빠져나왔다.
봄이도 좁다고 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출산일까지 단 하루 남았다. 딩크의 삶이 하루 남았다는 뜻이다.
내일 아침이 되면 나는 엄마가 된다.
오랜 시간을 무자녀로 살며 자유로운 삶에 젖어있었다. 어른 둘의 삶. 견고하게 짜인 맞벌이 부부의 일상 안에 핏덩이가 들어 올 공간이 있을까?
10달의 임신 기간 동안 딩크의 타임 테이블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이라고 믿었다. 적어도 복잡한 심경이 조금은 단순해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당혹감 속에서 깨달았다.
나는 조금도 준비가 되지 않았다.
마치 수능 전날, 아직 공부를 끝내지 못한 고3처럼, 결혼할 사람은 있지만 자금이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서 아직은 아니라고 미루고픈 사람처럼.
어젯밤 출산 가방을 싸면서 '내게 아직 2주가 남았으니까-'하며 안도했었다.
혼자만의 시간.
어른 여성의 고요하고 차분한 시간.
남편과 둘이서 보내는 예측 가능한 시간.
그러나 놀라운 점이 하나 있다.
불현듯 '혼자만의 시간이 앞으로도 계속 가장 중요할까?' 하는 작은 생각의 연기가 피어오른 것이다.
봄이가 주는 신호일까? "엄마 이제 나도 있어요,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중요해질 거예요~" 하고 말하는 듯했다.
인간의 신체와 정신은 실로 신비하다.
어쩌면 이제 정말 봄이가 세상에 나올 때가 되었을지도.
결론은 이렇다.
자유로왔던 딩크의 시간이 마무리돼 가는 이 시점에서 (사실상 임신과 동시에 끝났다.) 인생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 앞으로는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점. 그런 점들이 입이 바짝바짝 마를 만큼 두렵지만 기대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