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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드 Oct 01. 2022

쉽게 읽는 돈키호테 1-21

맘브리노 투구를 획득한 대단한 모험 그리고 질 줄 모르는 우리의 기사

돈키호테와 산초는 빨래 빠는 물방앗간을 지나서 말을 타고 오는 남자를 만났다. 그는 이발사로 이웃 마을에서 면도 주문과 피를 뽑는 주문이 동시에 들어와 놋쇠로 된 대야를 들고 가던 길이었다. (당시 이발사는 의술도 겸하고 있다) 마침 비가 오기 시작해 대야를 머리에 덮어썼는데 깨끗해서 번쩍거렸던 게 돈키호테의 눈에는 황금투구로 보였다. 


* 돈키호테 :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고 했네. 지난밤 빨래방망이가 우리를 속여 모험을 할 수 없었지만 더 확실한 모험이 눈앞에서 걸어오는군. 산초, 저기 보이는 황금 투구 보이지? 저게 바로 전설의 '맘브리노 투구'야. 내가 꼭 가져야 하는 물건이니 저 사람에게 경고도 하지 않겠어. 얼마나 빨리 투구를 차지하는지 지켜보게."


돈키호테는 "투구를 내놓아라!" 소리 지르며 로시난테를 전속력으로 몰아 다짜고짜 이발사에게 돌진하고, 이발사는 빗속에서 웬 유령이 휘두르는 창을 피하려다 당나귀에서 굴러 떨어졌다. 그는 땅에 발이 닿자마자 얼른 일어나 바람보다 빠르게 도망쳤다. 떨어진 놋대야를 주운 산초는 투구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돈키호테의 생각은 달랐다



* 돈키호테 : "마법에 걸린 이 유명한 물건은 이상한 사건으로 이것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판단도 못하는 자의 손에 들어간 거야(194p.) 나는 이 투구를 잘 알아. 마법 때문에 이발사의 놋대야처럼 보일 뿐이지.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손질해서 쓰고 다녀야겠어. 돌멩이도 막아주겠지."


>> 산초는 눈에 보이는 금전적인 가치로 놋대야를 평가하고, 돈키호테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로 황금투구라 주장한다. 물건의 제대로 평가하려면 통찰력이 있어야 하는데 나의 안목眼目은 항상 정확한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진실이라고 100% 확신하는 것은 고집이거나 시야가 좁아서 일지도 모른다. 전설의 황금투구를 알아본 돈키호테이니만큼, 남들 눈엔 우둔하고 평범한 농사꾼이었던 산초 판사의 영민함도 알아차리고 종자로 삼았을 것이다. 




* 산초 : "이런 곳에서 모험을 하고 승리를 해봤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데 고생한 대가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요. 차라리 어느 황제나 또는 전쟁을 하고 있는 왕자를 섬겨서 승리의 보상을 받고 글로 남겨져 유명해지는 게 더 빠르지 않을까요?"


* 돈키호테 : "자네 말도 맞네. 하지만 몇 가지 모험을 해서 좀 유명해져야 왕궁에서 나를 반겨줄 게 아닌가? 명성을 얻고 나면 그 나라 공주가 나를 보고 사랑에 빠질 테고 결혼을 하게 되겠지. 공주의 몸종과 기사의 종자는 결혼시키는 게 관례니까 산초, 기대해도 좋아. 그러니 우선 어떤 왕들이 서로 적대관계이며 전쟁을 하고 싶어하는지, 누가 아름다운 딸을 갖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이 중요해. 또 공주는 왕족과만 결혼하니까 내가 왕족의 혈통이거나 적어도 황제의 육촌이라도 된다는 증거를 찾아야 해. 문제는 증거가 없다는 거야. 안되면 공주는 나를 사랑하게 될 게 분명하니까 납치하지 뭐. 시간이 한참 지나면 부모님이 화를 풀거야."


* 산초 : "나리의 말씀을 들으니 <힘으로 빼앗을 수 있는 것을 부탁해서 얻을 필요는 없다>, <착한 사람들에게 간청하기보다 덤불 뛰어넘는 게 더 낫다>는 말이 기억나네요. 

그런데 나리가 공주를 훔친 후 왕의 노여움이 풀어지고 왕국을 넘겨받을 때까지 저는 계속 기다려야만 하는 거네요? 언제 공주의 몸종과 결혼할 수 있는 건가요?"


* 돈키호테 :  "오직 하늘만이 아시지. 그리고 사람이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어느 누구도 그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네(303p.) 자네는 내가 백작으로 만들어 줄 테니 걱정 말게."


>> 우리는 이미 다 귀한 존재다. 다만 스스로를 주위 사람들과 비교해서 열등감을 느끼게 되면 나만 못난이가 된다. 주변의 인정을 받을 수 있어야 자신감도 생기고 능력을 발휘할 기회도 많아지는데, 타인의 찬사 없이 처음부터 당당할 수 있다는 건 불가능하다. 돈키호테는 이미 다 꿰뚫어 봤다. 산초를 백작으로 만들어 그 누구도 자신의 충직한 종자를 무시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주겠단다. 산초, 줄을 잘 섰구나.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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