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치 않은 호기심을 가진 자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되다
안셀모는 아내의 정숙함을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에 친구와 아내가 단 둘이 있게 되는 상황을 자꾸 만들어 주었다. 식사에 초대해 놓고 갑자기 어딘가를 다녀와야 하니 그동안 집에서 둘이 함께 기다려 달라고 말한 뒤 한참 뒤에 오는 것이었다. 카밀라는 남편이 부재중일 때 남편의 친구와 함께 있는 시간이 불편했으나 남편의 죽마고우라 배려하는 마음도 있었고 남편이 그러는 데는 마땅한 이유가 있으려니 하고 기다렸다.
그동안은 로타리오가 카밀라에게 말도 걸지 않고 조용히 있다가 집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아무 일도 없었지만 갑자기 로타리오가 온갖 칭찬과 물질적 선물공세, 간청, 눈물로 카밀라를 유혹하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카밀라는 남편에게 '당신의 친구는 당신보다 자기 기분을 더 많이 생각하는 자'라며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편지를 보냈지만 안셀모는 오히려 작전대로 되어간다며 엉뚱하게 기뻐하고 집으로 가질 않았다.
결국 카밀라는 로타리오의 사랑의 속삭임에 굴복했다.ㅠ.ㅠ
>> 4MEN의 <눈 떠보니 이별이더라> 노래가 생각난다.
공기는 인간의 생존에 필수조건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평소 소중함을 못 느끼는 것처럼 가족의 소중함도 마찬가지다. 부부나 자식은 함께 살기 때문에 오히려 잘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늘 같이 있음이 영원할 것 같아서 헤어진다는 것이 상상이 안되기 때문이다. 언젠가의 이별은 막연하다 보니 별 것 아닌 사소한 일로도 큰 일인 것처럼 다투고 자신의 이익을 따지다가도 죽음에 임박해서야 후회한다. 마지막이 되어서야 하는 양보가 심리적 위로 외에 무슨 의미가 있겠나. 내가 지금 놓치는 것은 없나 생각해봤다. 사랑한다는 말도 더 자주 해야겠구나. 다툰 사람에게도 내가 먼저 전화하지 뭐. 귀찮아도 별 것 아니면 그냥 들어줘야겠다. 가족들의 마음이 헛헛하지는 않은지 좀 살펴보고 따뜻함 느끼는 시간을 가져봐야겠다.
배신자 로타리오는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친구에게 사실을 말할 수가 없었고, 카밀라에게는 더더구나 솔직해질 수 없었다. 그녀에게 원래 아무런 마음도 없었는데 어쩌다 보니 유혹하게 됐다고 하면 자신의 사랑이 가벼워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안셀모는 로타리오에게 좀 더 적극적인 연애를 종용했으므로 그들의 만남은 자연스러웠다. 카밀라의 직속 하녀 레오넬라는 아씨의 불륜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고, 창피해하는 아씨를 정당화시켜주었다. 그렇게 멋진 분(로타리오)의 사랑은 거부할 수 없는 게 당연하고 사랑의 기회는 놓치면 안 된다며 수치심을 잊게 했다. 비밀을 지켜달라는 아씨의 부탁에 하녀는 오케이 했으나 남의 비밀을 아는 자 함부로 행동하기 마련이다. 카밀라는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는 하녀가 어떤 실수를 해도 꾸짖지 못했고, 레오넬라가 애인을 주인집으로 데려와 연애를 즐겨도 눈감아 줄 수밖에 없었다.
어느 날 레오넬라의 애인이 평소처럼 새벽에 주인집을 나갔는데, 로타리오가 그 남자를 보고 카밀라가 자기 말고 또 다른 남자와 불륜을 하는 줄 오해했다. 역시 몸을 쉽게 허락하는 가벼운 여자였다며 화가 난 로타리오는 질투에 눈이 멀어 카밀라에게 복수하고자 안셀모에게 유혹 작전이 이미 성공했다고 말해버렸다. 아내를 믿고 있던 안셀모는 큰 충격을 받았다.
곧이어 카밀라가 로타리오에게 하녀 레오넬라의 애인이 집을 자주 들락거려 공연히 남의 오해를 받을까 봐 걱정된다고 고민을 털어놔서 오해는 풀렸지만 로타리오는 난처해졌다. 안셀모에게 이미 말했는데 어떡하지?
배신자들은 계획을 꾸몄다. 불륜현장의 증거를 잡을 수 있다며 안셀모더러 방에 숨어 있게 만든 후 카밀라가 로타리오에게 자꾸 접근하면 자살하겠다는 소동을 벌인다는 내용이었다. 정조를 잃느니 차라리 죽겠다며 칼로 어깨를 찔러 피 흘리고 쓰러진 아내를 보자 안셀모는 아내를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안셀모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게 속은 사람이 되었고 배신자들은 안도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