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항쟁 주체의 문제
이 글에서는 한강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는다. 소설의 초점인물은 소년이다. 그러하니 애초에 이념 따위가 개입될 근거도, 세상에 대한 원망이나 한이 자리할 틈도, 더구나 총을 들고 저항할 여력도 없다. 이 글에서도 여타의 5・18소설과, 특히 관련 연구들에서 그랬던 것처럼, 사건의 발생과 추이와 결말과 그 이후의 서사를 살펴볼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은, 무엇보다 기왕의 논의에서 놓쳤거나 아니라도 주목하지 않았던 문제 즉, 소설의 인물의 내면에 주목하면서 항쟁의 주체란 누구였는가를 분석할 것이다. 미리 말하자면, 그것은 민초라거나 민중이라거나 무장시민군이 아니라 개개인의 ‘감정(emotion)’ 그러니까 사건을 마주한 개개인의 감정이 모인 ‘집합적 감정’이 될 것이다.
바바렛은 “감정적 분위기는 공통의 사회구조와 과정에 연루된 개인들로 구성된 집단에 의해 공유될 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정체성과 집합행동의 형성과 유지에 중요한 일련의 감정 또는 느낌”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특정한 감정적 분위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에 상응하는 행위를 유도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980년 5월, 민중의 (저항)행위를 그런 관점에서 읽어내는 것이 이 글의 의도이다. 물론 ‘감정’이라는 키워드로 문학작품을 읽어내려는 시도는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므로 전혀 낮선,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5・18소설을 읽어내는 얼마간 낯선 방식일 뿐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이후의 5・18소설(들)이 관습화된 광주의 의미를 넘어서서 유의미한 역사적 기억을 재현하기, 그리하여 지금 여기의 우리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로 기능하기를 바라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