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 ’집(家)’ 6회 2021년 5월
80억 아파트에 있는 이상한 방
얼마 전 80억 원에 거래된 압구정 아파트가 언론을 장식했습니다. 64평이 62억 원에 80평형이 80억 원에 거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진위 여부를 떠나 시장에서의 재건축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원조 강남 아파트인 압구정 지역 시장의 흐름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고가 아파트의 신고가는 일부 사람들 만의 리그이기도 하고 재건축 속도는 신도 맞추기 어려운 만큼 오늘은 가격이나 재건축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80평에 있는 ‘이상한 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80평형 평면도는 70년대 준공된 만큼 최근 평면과는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4 베이에 7개의 방과 3개의 화장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안방을 포함한 3개의 방과 거실이 집의 앞면을 바라고 있으나, 주방을 포함한 4개의 방은 집의 뒷면 쪽으로 창이 있습니다(집이 남향이라면 4개의 방이 북향인 셈입니다). 재밌는 점은 매우 작은 규모의 방 하나가 현관 쪽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불 하나 펴면 남는 공간이 없을 것 같은 이 조그마한 방은 80평형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70평형, 60평형에도 있습니다.
크기는 알파룸/팬트리 보다 작아 보이는 ‘이상한 방’의 정체는?
최근 30평형대 아파트 평면을 살펴보면 ‘알파룸’이라고 해서 조그마한 공부방과 같은 기능성 방으로 활용도 가능하고, 벽을 터서 팬트리로도 활용 가능한 공간이 있는데 이러한 알파룸보다도 작은 협소한 크기의 ‘이상한 방’이 무려 80평형에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바로 이 방은 ‘가사 도우미 방(일명 식모방)’입니다. 방의 위치를 잘 살펴보면, 현관 출입이 편하고 주방 및 세탁실까지의 접근 편리한 곳에 위치해있습니다. 마치 백화점의 직원 통로 마냥 집안의 중심 공간이라 할 수 있는 거실을 거치지 않고도 자신이 일하는 주 공간인 주방과 세탁실 접근이 용이한 곳에 방이 있습니다.
최근 대형 아파트의 방수는 많지 않습니다 5개 정도가 표준이며, 공간당 면적을 늘려 방 3개에 각각의 방에 화장실과 드레스 룸, 팬트리를 배치하는 평면도 많습니다.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이 올라간 요즘에는 가사도우미 고용이 가능할 만큼의 여유 있는 경제력을 가진 집이라 하더라도, 출퇴근 도우미를 선호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최근 70억 전세 아파트로 최고가를 기록한 청담동 ‘브루넨 청담’의 경우에도 전용면적 194.58m2 형의 경우 침실 3개에 화장실 4개 2개의 드레스룸과 파우더룸 그리고 서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엌에는 서브 키친을 별도의 공간으로 분리해놨지만, 가사도우미 방은 찾을 수가 없습니다.
‘가사도우미 방’이 있는 70년대 대형 평면이라도 오늘날에는 가사도우미의 숙소보다는 창고나 팬트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50년 간 아파트 평면뿐 아니라 한국인의 생활양식과 사고 구조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셈입니다. 그 시대의 평면은 결국 그 시대의 생활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으니 말입니다.
*구독과 좋아요는 힘이 됩니다.
*알고보면 쓸모있을 신기한 집이야기 리스트
알.쓸.신. ’집(家)’ 5회 2021년 5월https://brunch.co.kr/@syfelixbae/11
알.쓸.신. ’집(家)’ 4회 2021년 8월 https://brunch.co.kr/@syfelixbae/9
알.쓸.신.집(家) (3)-2021년 5월 https://brunch.co.kr/@syfelixbae/7
알.쓸.신.집(家) (2) -2019년 11월 https://brunch.co.kr/@syfelixbae/4
'알.쓸.신.집(家) (1) -2021년 4월 https://brunch.co.kr/@syfelixbae/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