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 ’집(家)’ 7회 2018년 12월
이 글은 알쓸신 ’집(家)’ 1회 "아파트 대표평면이 84m2인 이유"와 같이 보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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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공간은 인간생활을 담는 그릇이다. 이 그릇은 시대의 사회, 문화, 기술을 반영하고 환경변화에 맞게 개선되면서 발전 한다(진애리·최경란, 2008). 그렇다면 한국인의 생활을 담는 그릇은 어떤 모양일까?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형태는 아파트이며, 많은 사람들이 찾는 평면은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면적이 85m2에 가까운 크기의 방 3개 화장실 2개인 32평이나 35평형일 것이다. 분양시장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관심 갖는 평면은 아마도 84A타입이고 이는 아래 <그림1>의 가장 오른쪽 두 개의 평면과 유사할 것이다.
30평대 평면은 시대에 따라서 아래 <그림 1>과 같이 변화를 거듭해 왔는데, 50여년의 시간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평면이 나타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왜 평면은 그 모양이 그 모양일까?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특이한 평면들 보다는 전형적인 평면의 아파트를 구매하는 것일까? 특이한 평면은 신선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공급량도 많지 않고 시장 선호도도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지겹도록 익숙한 아파트의 평면이 그 형태를 갖게 된 이유를 평면의 변천과 한국 주택시장의 특성을 통해 좀 더 깊이 알아보도록 하자.
1970-80년대의 30평대 아파트는 위 <그림 1>에서 볼 수 있듯이 복도식 구조도 있었으며, 화장실이 한 개이고 북향이거나 아파트 복도와 접한 방이 설계되었다. 또한, 부엌공간은 최근 평면보다 협소 했으며, 2000년대 이후 평면에서 찾아 볼 수 있는 드레스 룸이나 부엌창고와 같은 공간은 30평형대에서 찾아볼 수 없다. 거실을 중심으로 한 공간구조이나 주방공간은 다른 공간과 차단되어 있으며, 식당공간이 따로 있지 않다. 다용도실이나 후면 발코니가 주방 공간 근처에 배치되었다.
90년대 들어서 국민주택규모의 평면에 화장실이 2개가 배치되었으며, 안방화장실 또한 등장하였다. 주방공간이 70-80년대 보다 넓어졌으며, 주방과 식당, 거실이 통합구성 된 LDK형 형태의 평면이 등장했다. 복도식구조가 거의 사라지고, 전면과 후면이 모두 외기면과 접함에 따라, 통풍이나 환기가 과거보다 편리하게 되었다. 2000년대는 2006년 이후 발코니확장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지면서, 전면과 후면에 발코니가 설계되었고, 발코니 확장을 통하여 방과 거실 및 부엌의 면적을 증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드레스 룸이나 부엌창고 등 다양한 특화면적이 등장하였다.
2010년대 이후 최근 분양하는 국민주택규모 아파트의 대표적인 평면은 아래 <그림 2>와 같은 형태다. 방과 거실 전체가 전면을 향하는 4베이 평면이 나타났으며, 발코니 확장을 최대한 활용하여 평면 내에 알파 룸과 드레스 룸을 모두 넣는 평면형태도 등장하였다. 같은 면적에 3개의 방과 거실을 전면 배치하고 드레스 룸과 알파 룸과 같은 특화평면을 배치하다 보니, 발코니 확장을 하지 않는 기본형의 경우 방의 크기가 작아서 발코니 확장이 옵션이 아닌 필수가 되는 분위기이다.
이러한 전형적인 평면의 형태는 한국 주택시장의 몇 가지 특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한국의 경우 남향을 선호한다. 개별 단위세대의 평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주동구조인데, 한국의 경우 남향을 선호하고 이에 따라 남쪽을 정면으로 하고 북측을 후면으로 하는 일자형 주동배치로 단지설계가 되는 경향이 크다. 이러한 주동배치는 개방 면을 전면과 후면으로 하는 양면개방형 평면을 설계하는 것이 가장 효율이 좋으며, <그림 3>에서 볼 수 있는 직각개방형 평면이나 삼면개방형 평면의 경우 건축원가가 증가할 뿐 아니라, 주동의 길이가 짧아지고, 단지설계에 불리한 단점이 있다.
<그림 3> 평면의 개방유형(출처 : 배상영·이상엽, 2017)
한국 아파트 시장의 또 다른 특성은 개방성 좋은 평면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3겹집과 같은 구성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의 평면은 단위세대의 전면 폭이 넓게 설계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모든 방이 전면과 접할 수 있다. 이러한 설계는 채광에 유리하고 개방감이 극대화 되지만, 외기 면과 접하는 면이 많아 같은 면적이라면, 수납공간이나 가구 배치에 불리하다. 그러나 겹집구성은 일부 도입된 적이 있으나, 점점 전면배치 실이 증가하는 형태로 자리 잡았고, 오늘 날 흔히 볼 수 있는 4베이 평면이 선호 되고 있다.
소득이 증가하고 주거환경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수준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공간에 대한 니즈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공간이 드레스 룸과 펜트리다. 그 외에도 부엌 근처에 취미 방으로 사용가능한 알파 룸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따라 법적으로 보장되는 발코니 확장을 통하여 개별 방과 거실의 부엌의 전용면적을 줄이고, 이러한 특화 평면을 설계하고 나서, 발코니 확장을 통하여 방과 거실, 부엌의 크기를 다시 늘리는 평면설계가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발코니 확장을 염두 해 둔 작은 방 크기는 발코니 확장 옵션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분양가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받기도 한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평면은 소비자의 선호에 따라 법적인 한계와 건축규제에 적응하며 변화해왔다. 획일화 된 비슷한 평면이 시장에 동시다발적으로 보급 되는 것은 건설사의 원가구조와 효율화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지만, 한정 된 공간과 예산 속에서 시장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한 효율적인 설계의 결과이기도 하다. 가장 많이 공급되고 선호되는 전형적인 평면에는 나름 이유가 있는 셈이다. 사회는 늘 변화한다. 현재 한국사회도 1인가구의 증가와 노년층의 증가와 같은 앞으로의 인구구조의 변화를 겪고 있다. 또한, 새로 주택시장에 참여하는 에코세대의 니즈는 과거와 다를 가능성이 크다. 변화하는 사회를 현재 평면에 어떻게 담아내서 발전할지 기대된다.
이 글은 2018년 12월에 기고한 글을 다시 업데이트 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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