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31일]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 잠이 오지 않는 밤.
한때는 하루를 열심히 보내지 않으면 그날 밤, 잠이 오지 않는 불면증이란 벌을 받곤 했다.
앞 문장에서 ‘한때는’이라는 말을 썼듯이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대신 요즘엔 언제까지 열심히 살아야 좀 쉴 수 있는건지 생각을 한다. 사람이 이렇게 간사하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아니라 그냥 내가 간사한 것일수도 있다.
불과 1년 전(20년도 12월)까지 내 고정 수입은 제로였다. 항상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면 앞으로의 미래와 오늘 하지 못한 일들이 콜라보를 이뤄 자책이라는 감정을 통해 불면증을 계속 만들어 냈고, 새벽 3-4시에 잠자리에 누워도 잠들지 못해 아침 6시 혹은 날이 완전히 밝은 7시가 넘어서 잠이 든 적도 많았다.
그렇게 낮과 밤의 패턴이 완전히 바뀌어 고민과 괴로움에 가득 찬 시간들로 새벽과 오전을 온전히 낭비하고 나면 또다시 반복되는 비생산적인 날들의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물론 잠이 들기 전 모든 날이 불안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말 가끔은 머릿속에서 생각한 것들이 탄탄대로 이뤄지는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우며 당시 현실과는 완전히 다른 장밋빛 미래에 젖어 미친 사람처럼 웃으며 그 밝은 날을 그리기도 했다.
그렇게 수많은 인내와 고통의 밤이 지나가고 2021년 3월이 다가올 즈음에는 불과 두세 달 전의 밤들과 상반되는 벅찬 마음으로 잠들지 못하는 밤이 찾아오기도 했다.
첫 글에 썼듯이 2020년 8월 코로나 2.5단계로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된 후, 불안함에 잠 못 드는 생활을 하며 하루도 쉬지 않았다. 말이 좋아 프리랜서였지 일이 없는 프리랜서였으니 사실상 백수라고 말하는 게 더 맞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리랜서가 주말이 어딨냐'라는 생각으로 일만 했다. 정말 주말도, 퇴근도 없었다.
다행히 회사에선 잘렸지만, 그 공간에서 일을 하며 친해진 다른 회사의 대표님이 나의 갑작스럽고 일방적인 퇴사 소식에 더 분노하며 자신의 사무실에 자리가 하나 남으니 괜찮으면 자유롭게 이용하라며 은혜를 베풀어주셨다. 그래서 곧바로 염치없지만, 열심히 얼굴도장을 찍어가며 사무실에서 더 이상 회사 일이 아닌 내 일을 만들어 해나가기 시작했다.
여전히 낮과 밤은 바뀐 상태였으니 12시-1시쯤에 슬렁슬렁 일어나 씻고 외출준비를 해 집을 나섰다. 그리고 지하철과 버스가 끊기기 전 12시까지 집으로 들어왔다. 그렇게 집에 돌아오면 12시 자정이 넘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게 한 석 달을 반복하다 그즘에는 그 대표님의 사무실도 더 이상 이용하지 못하게 되어 이후부터는 집에서 그 생활을 반복했다. 시간은 항상 쏟아부으며 아등바등 발버둥을 쳤지만, 진전은 없는 듯한 나날이 계속되어갔다.
그럼에도 한 가지를 마음속에 품으며 버티어 왔다. 중학교 때였는지, 고등학교 때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으나 국어 시간 읽었던 ‘허생전’에 큰 감명을 받아 좋아하는 구절이 돼 그 이후로 휴대폰에 캡처를 해두고 줄곧 되뇌는 말이 있다.
매점매석하여 돈을 많이 벌었던 허생이 자신만의 섬(세상)을 만들기 위해 무인도를 샀고, 그 섬으로 들어가려고 하였다. 섬으로 이동하기 위해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섬이었다. 사공이 물었다.
"텅 빈 섬에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사신단 말씀이오?"
허생이 대답했다.
"덕(德)이 있으면 절로 모인다네. 덕이 없을까 두렵지, 사람이 없는 것이야 근심할 것이 있겠나?"
- 허생전 中
이 글의 정확한 해석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당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화자의 의도 그런 건 잘 모르겠고 해석은 하기 나름 아닌가 생각하며 내가 스스로 해석한 위에서 말하는 ‘덕’이 있으면 사람이 절로 모인다는 말은
실력이 있으면 돈은 절로 생긴다는 말로 치환되어 들렸고,
실력이 없는 게 문제가 되지 당장 돈이 없는 것은 걱정할 것이 아니라는 말로 번역됐다.
이처럼 ‘실력(덕)을 쌓기 위해 10년 동안 책만 읽으려 했던 허생처럼 그렇게 감정이입하고 와신상담해가며 견뎌왔다.
그렇게 퇴사를 당한 뒤 반년이 지나고 수많은 인내와 고통의 밤이 지나,
[2021년 2월 28일]
불과 두세 달 전의 밤들과 상반되는 벅찬 마음으로 잠들지 못하는 밤이 찾아오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