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28일 금요일, 평소처럼 6시에 퇴근을 하고 주말이 지나 월요일이 오면 약속대로 정규직 계약을 하기로 한 날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정규직 계약을 구두로 약속 받고 일했던 6개월의 계약직(2020.03.02~2020.09.1)기간 중 운명의 장난처럼 터진 2020년 8월 28일 금요일 오후 4시 16분.
한 사건이 터진다.
(https://news.kbs.co.kr/mobile/news/view.do?ncd=4527440 관련기사)
이 때문인지 당일 업무가 거의 마무리되어 갈 무렵, 사람들이 여기저기 날 찾아와 물어보기 시작했다.
저,, 혹시 OO(회사 이름)도 다음주부터 거리두기 규제에 포함되는 거예요..? 운영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
당시는 나도 뭔 소린지 몰라 뭔가 싶었지만, 굉장히 두렵고도 유쾌하지 않은 기운이 나를 엄습해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 강화로 이전 회사가 매장 운영에 직격탄을 맞게 되자 8월 30일 일요일 저녁, 대표에게 계약연장이 어렵겠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고, 놀랍게도 다음날인 8월 31일은 이전 회사의 마지막 근무일이 되었다.
돌이켜보면 9월 1일부터 의도치 않은 반백수 프리랜서가 된 후 정말 다행히도 운이 좋아 3개월 만에 재취업을 할 수 있었고 6개월이 지나자 앞서 말했던 정도의 소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잘 됐으니 웃으며 하는 얘기지, 당연히 내일도 모레도 출근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상태에서 맞이했던 그 당시의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는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나에게 정말 감당하기 힘든 순간이었다.
사실 어그로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전 글의 제목을 연봉 1억이라고 표현했지만, 말했던 것처럼 나는 정확히 말해 1억도 아닐뿐더러 여전히 안정적이지도 못 하다.
연봉이란 건 말 그대로 안정적인 직장에서 1년을 꾸준하게 벌 수 있는 게 연봉이지, 이전의 사례처럼 언제 증발할 지 모를 가능성이 언제나 열려있는 상태를 연봉이라 하기엔 애매한 포지션이다. 그렇다고 또 영업직이나 자영업처럼 수입이 들쭉날쭉한 것은 아니다. 고정적으로 꾸준한 월급과 추가 수익을 받는 것은 맞으나 현재의 직장과 하는 일의 안정성 측면에서만 본다면 이전과 같은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상태라고 생각하며, 그 말인즉슨 다시 수입 0원이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그래서 여전히 불안함을 가지고 일하며 생활한다.
다시 입사하게 되고 여러 부수입으로 인해 총 5개의 수입처에서 반고정적인 수입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하던 때에는 많은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이제는 다시 불안해하지 않고 조금은 취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조금 더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지 말이다. 하지만 이 수입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다시 깨닫게 되는 데는 오랜 고민이 필요하지는 않아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긴 이르다라는 생각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샴페인을 터뜨리기 전부터 취하는 것에 대한 경계를 한다. 아직 취할 때가 아니라며 계속 스스로를 채찍질해왔다.
그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날은 오는 것인지에 대한 고찰을 하기도 했다. 현재 주어진 것들에 있어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됐고,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게 더 바람한직한 지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 생겨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시간을 보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수입이 0원이 되어 회사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굶어 죽지 않을 정도의 돈은 벌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믿고 있다. 그렇게 밑바닥에 있던 자존감이 함께 지하 2층에서 지하 1층과 지상층 사이 그 언저리 정도로 올라올 수 있게 되기도 했다.
만약에 내가 당시 이전 회사에서 퇴사를 당했을 때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거나 바로 다른 일자리를 알아봐서 취업을 했다면 일어날 수 없었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급하게 또 다른 회사에 들어가고 퇴사를 하거나 퇴사를 당하게 되면 이직만을 생각하며 생활하는 쳇바퀴와 같은 삶을 여전히 살았을 것이며, 소득에도 큰 변화가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퇴사부터 이후 선택했던 판단들까지 많은 것들에 감사를 느낀다.
그러나 이러한 수순을 밟다 보니 갈수록 머릿속에 드는 생각은 더 한 단계 이상의 목표소득인 위해서는 퇴사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시간 없다는 말은 핑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사람답게 살고 잠도 적당히 자고 내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사실 여기서 일을 더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이 생활만을 계속 반복하는 건 또다시 현재의 허들을 넘을 수가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남는 나머지 시간과 주말까지 다른 소득을 얻는 데에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닌,
다시 나에게 집중하고 투자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게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결정이었다. 그러나 머리로는 그 이론이 정립됐지만 실행하는 것은 또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퇴사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다른 이유는 아직 굳이 느끼지 못하는 퇴사의 필요성이기도 하다. 욕심 같아서는 위에서 말했듯이 나를 통제할 수 있고 나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리스크를 짊어지고서라도 내 시간에 다시 투자하는 기간을 가져보고도 싶다. 회사의 콘텐츠가 아닌 다시 내 콘텐츠를 만들어 간다면, 그게 쌓인다면 그건 나의 자산이 되고 결국 나의 수입으로 변환된다는 것을 이제는 정말 잘 안다. 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포기해야 이룰 수 있는 게 소득 구간의 변화인 것 같다. 나는 어쩌면 다시 그 길을 겪어야 한다는 게 무서워 다시 그때로 돌아가 시작을 못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말 지독한 인내와 고통이 뒤따르는 시간이다.
전보다 소득이 높아지며 하나 더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그전에는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을 그저 마냥 부러워만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과정을 생각하게 되니 저 금액은 내가 할 수 있는 노력과 능력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은 여전히 불안하지만 이 불안 속에서 나름의 고요를 느끼며, 계속 소득을 높여가는 것이 아닌 조금이라도 안정적일 때 내 생활을 즐기며 나에게 투자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삶이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레이스라는 점에서, 장착한 무기도 다르고 심지어는 출발점이 다를지라도 나름 해볼 만하다는 싸움이라는 결론이 선다. 싸움을 최대한 길게 가져가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단기간 소액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이 아니라 체력을 관리하고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돈이 없어 많은 걸 포기하고 살아왔어야 했기 때문에 다시 돈만을 벌기 위해 지금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다. 궁극적인 목표는 갈수록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적당히 내 시간을 가지며 경제적 자유라는 것에 한 발자국 나아가보려 한다.
흔히 주식투자에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하나의 수입처가 당장 끊기더라도 다른 수입처가 버텨줄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이라고 말하는 수입처를 여러 곳 만들어 놓는 중이며 회사가 잘리면 안정적으로 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바탕을 다지는 중이다. 이 불안함은 더욱 더 안정적인 파이프라인을 만들기 전까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여러분은 혹시 내일도 출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때의 트라우마덕분인지 저는 내일 당장이라도 퇴사 당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