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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르메스 Jun 08. 2023

전세금 2억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 벌어지는 일

전편에서 이사를 위해 현금 9천만 원이 필요한 이야기를 풀었다. 결론적으로, 시간이 좀 걸렸을 뿐 현금을 확보하는 일은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집 상태가 무척 좋지 않아서 이사를 가는 것이니 기존 집주인에게 협조를 구해서 전세금 3천을 미리 돌려받았고, 친동생에게 신용대출을 부탁해서 5천, 내가 모아놓은 돈과 이런저런 방법을 강구해서 나머지 1천을 만들었다. 물론 말이 쉬운 것이지 이 모든 과정을 설득하고 조율하면서 일정에 맞게 돈을 융통하는 일은 꽤 난도가 높다. 이때부터는 이미 집을 보러 다니면서 맘에 드는 집(현재 이사한 집)에 계약금 백만 원을 걸어놓은 상태였기에 긴장이 되었다. 현금 확보가 안되서 기존 대출을 상환하지 못한다면... 버팀목 전세대출 심사기간이 길어진다면... 등등 여러 돌발상황이 생기면 계약금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시간과 일정이 꼬여버리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들 때문에 최근에 '불안 시리즈'를 2편 업로드한 것이다. 아무리 그간의 돈공부로 몸과 마음이 단련되어 있다곤 하지만 수천~수억 원이 왔다갔다 하는 과정을 사초생이 중간에서 조율하는 일은 상당히 버거운 일이다.




'돈 공부'는 "돈보다 중요한 건 사랑이다. 돈보다 중요한 건 가족이다"라는 식의 누구나 알고 있는 손쉬운 답을 도출하는 과정이 아님을 브런치 연재 초기에 밝힌 적 있다.


https://brunch.co.kr/@tamer/2


내가 이뤄내고자 하는 돈공부는 '나의 현실'을 정말로 바꿔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경험의 과정이지, 모호하고 추상적인 탁상공론이 아니다. 여러 번 반복한 이야기를 부러 다시 꺼내는 것은 이번에 반지하에서 투룸 오피스텔로 단번에 이사를 가면서 벌어지는 모든 리스크를 적절히 통제하고, 여러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1년 9개월 간의 돈공부가 아니었으면 택도 없는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사초생 시절부터 경험적으로 밟아온 돈공부 덕분에 이 모든 일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었다.


자꾸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나는 돈공부는 선택이 아닌 '의무'에 가까운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이사를 가면서 무수히 많은 난관과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압권이었던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내가 이사 갈 오피스텔에 살고 있던 신혼부부 커플이 집주인에게 전세금 2억을 돌려받지 못한, 뉴스에 나올 법한 광경을 직접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는 돈공부의 필요성을 다시금 체감할 수밖에 없었다.



출처: 부산 경상대 블로그


세입자에게 돌려줄 전세금을 이사 당일까지 확보하지 못한 집주인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이사 당일에 전세금을 온전히 돌려받지 못하면 이사 가는 집 잔금을 치르지 못해 길바닥에 나앉게 되고, 이삿짐 센터 직원들도 대기해야 하고, 모두가 심히 난감한 상황에 빠진다는 것을.. 게다가 한두푼도 아니고 피 같은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의 마음이 산산조각 나는 것도 물론일 것이다. 세입자의 이사 당일까지 돈을 마련하지 못한 집주인의 잘못이 명명백백하다. 집주인은 전세금 2억 중 1억 2천가량만 돌려주곤, 나머지는 매달 조금씩 갚는 형식으로 돌려주겠다고 말했단다. 어처구니 없는 제안이다. 예상컨대, 단기간에 급격하게 떨어진 집값(전셋값)으로 인해 현금을 미처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선 본인도 피해자라고 사정을 봐달라고 말할 여지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세입자 입장에선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이사 당일에 큰 다툼이 벌어졌다.


일련의 사태의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는 집주인과 전 세입자이지만, 나도 간접적으로는 영향을 받았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전 세입자가 다시 오피스텔로 돌아오겠다며 집 비밀번호를 바꿔버린 것이다. 당시 나는 이삿짐을 집에 다 넣어놓고, 근처 카페에서 땀을 식히면서 쉬는 중이었다. 그 짧은 순간에 이사갈 집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자,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공인중개업자와 세입자들, 그리고 집주인이 이리저리 오가면서 혼란이 빚어졌고, 나는 내 권리를 위해 집을 물리적으로 점유하고 있어야 했다. 나는 열쇠공을 불러서 여차하면 도어락을 부수고 들어갈 준비를 했다.



침대와 행거를 직접 분해/조립해서 이사를 했다. 덕분에 이사 비용을 10만 원 이상 절약할 수 있었다. 물론 드라이버로 직접 다시 조립하는 일은 폼이 많이 들긴 했지만..


나는 사실 이미 알고 있었다. 돈 거래는 상대방의 외모, 그 사람이 하는 말, 신용만 보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믿을 만한 건 종이에 쓴다. 다시 말해, 최근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나는, 임대차 신고/전입신고/전세보증반환보험/근저당 말소사항 확인 등등 제도적, 법적 절차를 완비한 상태였기에, 최악의 상황이 벌어진다 하더라도 안전했다. 문제가 생긴 전 세입자는 아마도, 전세보증반환보험을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사람만 믿고 돈 거래를 하다가는 분명히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긴다. 반드시 계약서 등의 형태로, 종이에 써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로 만들어서 혹시 모를 상황에 언제든지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언가 큰 돈이 들어가는 일을 도모할 때 벌어지는 리스크를 책임지지 못할 수 있다.




생전 처음 겪어보는 해프닝에 적잖게 당황하긴 했지만, 불안하진 않았다. 나를 지킬 수 있는 수단을 여러 가지 버전으로 미리 준비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서 얘기했듯 1년 9개월 간의 돈공부 덕분에 가능했다. 돈공부는 돈을 통제하고, 조율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커다란 통찰력을 제공한다. 다음 브런치 포스팅에서는 이사 과정과 가전제품을 구비하는 과정, 그 외 자잘한 자취 꿀템을 소개하는 글을 적어볼까 한다. 씨 유!!


ps.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해서 벌어진 이 사건은, 전 세입자와 집주인 간에 극적인 협상을 통해 일단락되었다고 한다. 정확한 협의는 모르지만, 아마도 급히 돈을 구해 주었거나,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갚겠다는 차용증을 쓰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내가 이사갈 때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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