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치앙마이 한 달 살기를 계획한 것은 수영, 그뿐이었다.
치앙마이에서 방콕, 그리고 후아힌으로 이동한 이유는 수영때문이다.
치앙마이 12월은 평균 최저기온이 영상 24℃, 평균최고기온이 영상 31.5℃ 정도라,
아침, 저녁으로 골프 치기 딱 좋은 기온이지, 수영하기 좋은 계절이 아니다.
난 치앙마이에서 딱 한 번 괴성을 지르며 수영장에 들어갔다.
지하수 수영장에 들어간 느낌이었다.
수온을 온몸으로 느끼고 나니, 두 번 다시 들어갈 수 없었다.
우린 별다른 일정도 없이 수영만을 위해 치앙마이에있기엔 수영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다.
바닷가가 있는 따뜻한(?) 후아힌으로 한 번 이동하는 여행 루트를 짰다.
그래서 정확히는 태국 한 달 살기가 된 것이다.
방콕에서 후아힌으로 이동하는 방법은 버스/기차/택시 3가지다.
2인까지는 버스가 가장 저렴하고, 우리 처럼 4인 가족이고 트렁크 등의 짐이 있는 경우는 호텔에서 픽업하여 호텔까지 데려다주는 택시(밴)가 합리적이다.
‘방콕 캡’이라는 웹사이트 검색을 통하여, SUV 왕복 4,000 THB(약 150,000 원)로 예약을 했다.
조금 저렴한 세단을 탈 수도 있었지만,
편도 3시간 정도 되는 거리에 몇 천원 아끼다가
부부 싸움 난다.
서로 편하게 가는 것이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길.
예약금도 없고, 당일에 기사에게 요금을 주는 시스템이라 편리했다.
출발하기 전 기사님 드릴 콜라와 팁도 챙겼다.
첫인사와 음료수는 별 것 아니지만,
우리를 도와주는 분이라고 생각하면 뭐라도 하나 건네고 싶은 것이 한국인의 정 아닌가 싶다.
이심전심 아니겠는가...
기사님은 휴게소도 한 번 들리고,
안전하게 후아힌 메리어트에 데려다주셨다.
방콕캡에서 안내받은 대로 기사님께 2,500 THB(100,000 원)를 드렸다.
원래대로라면 절반인 2,000 THB(80,000 원)이 맞는 건데, 방콕으로 돌아오는 예약을 취소하지 말라고 500 THB(20,000 원)를 더 받는 것 같았다.
이 기사님이 다시 오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드리는 것이 의아해 사진까지 슬쩍 찍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이렇게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그 나라만의 방식이 존재한다.
작은 바닷가 도시.
메리어트 리조트에서 5분 정도 걸어 나가면 마사지숍과 마켓빌리지 몰, 한 눈에 다 담긴다.
몰 안에는 서양 할아버지들과 현지 태국 와이프와 2세로 보이는 가족들이 많았다.
처음 볼 때는 신기해서 ‘여기 와서 태국인과 결혼해서 아이도 낳았나 봐.’라고 눈길이 갔다.
그런데, 50m 걸을 때마다 마주치는 또 다른 가족들, 나중엔 그러려니 할 정도로 많았다.
은퇴 연금은 한 달에 얼마나 받으면서 이렇게 태국에서 생활하는 걸까.
상상해보지 않은 삶이라, 나름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었다.
치앙마이에선 보지 못한 풍경이었다.
10년 후면, 한국인도 태국 등지의 은퇴 이민이 보편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후아힌은 서양 은퇴자의 천국이라고 한다.
바닷가의 온화한 기후와 수준급인 방콕 병원이 5~10분 거리에 있다.
방콕과의 접근성도 차로 2시간 30분~3시간 정도라나쁘지 않고,
곧 후아힌-방콕을 잇는 고속철도 개통예정이라고 한다. 또 다른 태국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조용하다.
한적하다. 평화롭다.
후아힌 오기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