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elish Oct 03. 2024

조선의 패스트푸드

싸 먹고 비벼 먹고

양반들이 오첩반상, 칠첩반상을 먹고 임금님이 수라상을 받을 때 생산을 담당하는 백성들이 툇마루에 털썩 주저앉아 먹었던 각종 나물을 넣고 비벼서 후딱 먹고 들에 일을 나갈 수 있는 그런 빠른 음식들이 요즘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것 같다. 연일 뉴욕타임즈나 BBC등의 기획기사로 한국의 음식들이 재조명되고 해외 유투버들이 한국음식을 다루는 각종 레시피들이 인기이다. 요즘으로 치면 전통 패스트푸드인 비빔밥이나 밥과 함께 푸성귀에 싸서 먹는 쌈도 그렇다. 우리나라 음식의 미덕은 사실 슬로우푸드에서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지만 빠르고 빠른 요즘의 추세 때문인지 각종 패스트부드들과 길거리음식이 한국음식의 대표인 양 세계화를 선도하고 있다.


 쌈과 비비빔밥은 기본적으로 텃밭에서 따온 각종 푸성귀를 간장이나 고추장, 된장으로 간을 해서 먹는 비거니즘의 원조라고도 할 수 있다. 각종 고기를 얹어서 다양하게 먹기도 하지만 말이다.

텃밭이 옆에 없는 도시인들에게는 마트의 재료가 최선이기 때문에 쌈과 비빔에 활용할 수 있는 낯선 푸성귀들이 많을 지도 모른다.

쌈으로 먹을 수 있는 풀데기는 생각보다 많다.

상추쌈,깻잎쌈,케일쌈 등 가장 대중화된 쌈이 있고 호박잎을 비벼 가시를 제거한 후 찌는 호박잎쌈, 머위잎쌈, 우리밀을 뿌려 고소하고 쫀득하게 식감과 향을 즐기는 우엉잎쌈, 앞서 깻잎과 케일, 근대 밥위에 아주 살짝 쪄먹으면 새로운 식감과 향을 즐길 수 있다. 취나물은 생으로도 익혀서도 먹는다.

조금 더 미각적으로 접근하자면 여기에다가 고수나 제피, 방아, 민들레, 김 또는 된장찌게 속의 표고버섯 등을 쌈 위에 얹어서 먹으면 더없이 향긋하고 심심하지 않은 건강식, 다이어트식 나아가 항암식이 된다.

비빔밥은 묵나물이나 익힌 나물을 주로해서 팔지만 집에 있는 각종 생야채와 양파등을 얹어서 나또나 아보카도, 달걀후라이 등과 함께 하면 한끼 식사로 더 할 나위 없다.

어릴 때 언니들이 소를 먹이러 들로 산으로  다니며 풀이름 들꽃 이름에 정통한 데 비해 내 차례가 되었을 때는 소 팔아 버려들청에 앉아서 책이읽었 풀을 다양하게 알지 못했다. 어른이 되서 맛있는 풀들에 눈을 뜨자 산이며 들에 있는 이름모를 많은 먹거리들이 잊혀지는 것이 안타까워 그 모든 것이 머릿속에 빠삭하게 들어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다 돌아가시고 안 계시면 어쩌나 염려가 되었다. 어디 문하생으로 들어가서 배울 데 없나 찾아보기도 했다. 내가 아는 어떤 PD는 제목도 없는  오래된 우리 소리와 노래를 수집하러 전국 방방곡곡 구석구석 휘집고 다니며 결국엔 구례인가 남원인가에 소리박물관 한 칸에 꽉채워 전시하고야 만 영웅담이 있다. 요즘의 MZ들이 레트로에 관심이 많고 옛노래 옛날 빈티지 패션 등을 찾아 새롭게 재해석하여 트렌드를 선도하는 걸 보면언젠가 어떤 선구적인 MZ가 건강에 좋을 뿐 아니라 맛도 너무 좋은 옛날 음식들을 그네들 입맛에 맞게 잘 업그레이드 시켜보 바란다.

사진처럼 찰칵 찍는 숏폼 레시피 시리즈입니다.


https://brunch.co.kr/@tea0408/13

https://brunch.co.kr/@tea0408/20

https://brunch.co.kr/@tea0408/23

https://brunch.co.kr/@tea0408/25

https://brunch.co.kr/@tea0408/33

https://brunch.co.kr/@tea0408/35

https://brunch.co.kr/@tea0408/26

https://brunch.co.kr/@tea0408/24

https://brunch.co.kr/@tea0408/36







이전 02화 비빔에 관한 한 가지 고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