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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Aug 18. 2019

운동할 때 가장 중요한 것

글디오: <글로 보는 라디오> #18



운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왜 이렇게 거창한 질문을 던지냐면요. 제가 운동을 시작했잖아요. 그것도 PT를요. 그래서 도대체 운동을 할 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시작하면 좀 더 나을까 싶어서요.


제가 꼽은 것으로는요. 운동의 재미, 운동의 횟수와 강도, 운동과 나의 케미, 운동을 버텨낼 체력, 운동을 보완해 줄 식이요법 등이에요. 알고 시작하면 조금 더 효과가 있 않을까요.


운동의 재미는 재미있는 운동을 말해요. 운동하면서 재미있을 수가 있냐고요? 이를테면 이런 거예요. 러닝머신과 스쿼트보다는 분명 윙댄스가 더 재미있잖아요. 댄스가 운동이냐고요? 그럼요! 댄스'스포츠'라고 하잖아요. 영화 '라라랜드'에서 두 사람의 연애만 보이시나요? 땀도 얼마나 난다고요.


<라라랜드> 속 탭댄스

땀도 나고 재미까지 있으면 운동이 얼마나 즐거워질까요.


운동의 횟수와 강도도 중요할까요? 예를 들어 20회 1세트인 런지를 3세트 해야 한다거나 하루에 아침저녁으로 두 번 운동을 효과가 더 크다라든지 하는 등 규칙 같은 거요. 그리고 이왕이면 강도를 높이는 게 더 빠른 효과가 있을지,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좋을지 그런 것이요. 그런 것들을 잘 지키면 분명 더 효과가 있는 걸까요?


운동과 나의 케미는요? 유연성이 부족한 남자들에게는 요가를, 근력이 부족한 여자들에게는 웨이트를 권장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운동의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내 몸의 상태, 다시 말해 내 몸상태에 맞는 운동의 종류도 정말 중요한 걸까요?


운동을 버텨낼 체력도 짚고 넘어가야 해요. 바로 제가 운동하다 몸살이 난 사람이거든요. 리가 약해서 코어운동이 필수겠지 싶어 무작정 기구 필라테스를 등록했는데 완전 전신운동이라 발바닥까지 아프더라고요. 한의원에서 지속적으로 침을 맞으려면 그걸 버틸 체력이 필요하다는 어르신들의 말씀과 비슷한 듯해요. 이건 제가 경험해봐서 중요하다는 걸 알기는 해요. 그래서 PT를 시작한 것이고요.


운동을 보완해 줄 식이요법도 아주 중요하다죠. 우리가 흔히 '다이어트'라고 말하는 게 본래는 식이요법이라는 뜻이잖아요? 올바른 식생활을 통해 질병 치료와 건강유지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치료방법라는 뜻이니 '다이어트를 위해 운동을 한다'는 말은 사실  어폐가 있어요. 다이어트로 체중을 뺐다, 라는 말이 맞지요. 아무튼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운동과 이요법을 병행해야 한다니 무시할 수 없는 상호보완 관계인 거네요. 운동을 하고서도 음식조절을 안 하면 효과가 없고, 음식조절만 하고 운동이 없으면 요요가 온다고 하잖아요.


운동도 힘든데 운동에 중요한 것은 왜 이렇게 많은 걸까요. 누가 대답 좀 해주세요.



오늘 왜 이렇게 운동에 트집을 잡냐고요? 오늘 또 PT를 거든요. 첫 PT를 받고 3일간 통증에 시달렸어요. 그러니 무서울 만도 하죠?


어제는 상체운동을 했어요. 팔뚝살과 등살이 좀 아파할까 했는데, 힘을 주는 요령이 부족한 저는 어깨가 아프네요. 팔로 힘을 써서 당겨야 하는데 어깨가 올라가요. 선생님이 어깨를 내려주시는데도 팔이 부들부들 떨면서 어깨를 불러요. 제가 원래 팔힘이 되게 강한 사람이었거든요. 초등학생 때 남자애들과의 팔씨름에도 승리를 거두는 그런 전적이 있는데 지금은 왜 이런지 모르겠어요. 플라잉 요가에서도 팔힘을 써야 하는데 손 힘만 써서 한 달간 관절염같이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팠다니까요. 힘을 주는 요령을 배우는 일도 운동에서는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은 다시 하체운동이에요. 스쿼트와 런지를 섞어서 해요. 밴드를 무릎에 끼우고 차기도 해요. 고관절이 분리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PT는 재미있는 운동이냐고요. 아뇨. 원초적으로 몸을 쓰는 운동이에요. 그래도 계속 격려해주고 재밌게 해 주시는 분이 곁에 있으니 지루하지는 않아요. 죽도록 힘들 뿐이죠. 아까 말한 스윙댄스를 배운다면 재미도 운동도 될 텐데, 제가 그럴 시간은 없잖아요. 휴게실에서 아이한테 핸드폰 쥐어주고 기다리게 하며 단시간 빠른 효과를 내기 위해 운동하는 애엄마인 걸요. 하지만, 미혼 구독자 분들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스윙댄스를 추천드리고 싶네요. 정말 재밌어요. '라라랜드'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 있어요. 이성과의 인연도 가능하고요. 어둠 속 조명 아래 무도회장이 현실에 있는 '영화 같은 신세계'를 맛보실 거예요. PT 받으면서 다른 운동만 칭찬하면 어쩌냐고요?


PT를 하면 좋은 점은, 자기 체력과 몸 상태에 맞게 횟수와 강도를 조절해 주세요. 잘못되거나 부족한 것도 고쳐주시고요. 그것을 기억해두었다가 개인 운동 때 활용하면 된대요. 그런데 저는 아직 헬스장에서 혼자 거울 앞에 서는 것도 부끄러운걸요. 어설픈 자세로 서 있는 제가 어색할 뿐이고요. 몇 번 서서 다리 쩍 벌리고 스쿼트를 했다가 아무래도 이상해 보여서 그만뒀는데, 알고 보니 어깨너비보다 조금 더 벌리는 거였어요.


PT와 저의 케미는 생각보다는 괜찮은 편인 거 같아요. 확실히 첫날보다는 나아졌어요. 첫 세트 30회를 중간에 쉬지 않고 했으니까요. 근육통 회복 기간도 줄었고요. 생각보다 잘 버티고 시간도 잘 가요. 땀 닦고, 물 마시고, 수다로 선생님을 홀리는 시간도 많지만요.


문제는 식이요법. 운동을 하면 잃었던 식욕이 다시 돋아나요. 그렇다고 음식을 제한하면서 운동을 하너무 옥죄는 느낌이 싫어서 운동마저 싫어져요. 미혼 시절 체중감량을 할 때는 원푸드 다이어트도 잘 견디고, 핫요가도 즐기고 땀이 나는 느낌이 너무 좋았는데 지금은 배고프면 신경질이 나고, 손도 떨리고, 끈적거리는 불쾌함을 견디지 못해요. 참을성이 부족해진 거죠.


그저 엄청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닌 것은 굳이 먹지 않으려고 하는 정도예요. 내가 흘린 땀이 얼만큼인데, 내가 팔 떨린 순간이 얼마나 힘이 들었는데,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운동이 끝난 지금 말이죠. 달달한 게 제일 먹고 싶어요. 바나나 아보카도 주스를 마셔요. 설탕이 많겠지만 지금 제 몸이 원하는 걸요. 시원한 것으로 콸콸콸. 아. 운동한 저의 몸에 위로가 한 모금 들어오네요.


조금 후회가 되잖아요? 저녁은 샐러드를 준비해요. 냉장고를 털어 갖은 야채와 과일을 썰어 넣고, 두부를 갈아 요거트랑 섞은 드레싱을 얹어서요. 남편도 맛있어 보인다며 잘 먹어줘요.


앞으로 샐러드는 배달시켜 먹기로 했다.


저녁도 가볍게 먹고 나니 괜히 더 운동이 하고 싶어 지네요. 유산소 운동을 하러 가기로 해요. 남편의 눈이 휘둥그레지지만 그래도 강행을 해요. 남편은 아이와 동네 산책을 간대요.


우선 러닝머신을 30분 걷기로 했어요. 경사는 3단계, 속도는 5~6놓고 시작을 하는데, 초반에 어느 기계는 TV가 문제 있어서  어느 기계는 소음이 나서 옮겨 다니느라 10분 동안 집중을 못했어요. 그치만 결국 한 기계에서 30분을 딱 채웠답니다. 스텝퍼는 15분 하면 힘들 거라고 하셨는데 드라마 틀어놓고 겨우 버텼어요. 땀이 줄줄 흘러서 속옷이 다 비칠 정도가 되었을 쯤 남편이 데리러 왔네요. 나의 구세주.


제주 와서 아이랑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다가 1시간 반 만에 아이를 만나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있나요. 보고 싶었다며 서로 얼굴을 부빕니다. 역시 적당한 시간적 거리가 필요해요. 부모 자식 간에도 말이죠.


아이가 떡이 먹고 싶다기에 마트에 갔다가 다른 먹거리를 잔뜩 사 왔네요. 먹고 싶지만, 오늘은 참아봐요. 하루에 두 번이나 운동을 했잖아요. 앞으로 이런 일과가 또 있을까 싶어요.


힘들지 않냐고요? 힘들죠. 하지만, 정말 뿌듯해요. 보람차요. 오늘 하루 특별한 이벤트는 없는 일과였지만, 운동 두 번 했더니 제가 자랑스러워요. 나를 위해 무언가 한 기분은 정말 굉장히 좋네요.


사실 책을 읽는 것도, 음악을 듣는 것도, 좋은 음식을 먹는 것도 모두 나를 위해 무언가 한 느낌이 좋은 거잖아요. 아이 낳고 자신에게 관심을 쏟지 못했던 일과가 더 많은데 오늘은 제 생각을 많이 한 날인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운동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하고 있어'라는 스스로의 격려가 아닐까 해요.


땀을 많이 흘리고 시원하게 씻었더니 이 여름 더위가 서늘하게 느껴지네요. 여러분은 오늘 자신을 위해 어떤 좋은 일을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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