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까다로운 질문에 대하여
지난 방학에는 온 가족이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다녀왔다. 국경을 넘는 여행이지만 차로 다리만 건너면 되는 지척이다. 주말이나 연휴가 아닌 경우에는 시간만 잘 맞추면 한 시간 안에 도착하고, 출입국 절차도 간단하다.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물가가 싼 조호바루를 자주 찾는다. 목적은 대부분 두 가지다. 레고랜드 방문 또는 쇼핑. 우리의 목적지는 레고랜드였다. 레고랜드 호텔에서 하룻밤을 머물면서 하루는 테마파크, 다른 하루는 워터파크에 갈 야무진 계획을 짰다.
호텔 앞에 도착했을 때, 호텔 직원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중 한 직원이 내 아들에게 말했다.
"Welcome to Legoland Hotel! Where are you from?"
아들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눈알을 굴리더니 대답했다.
"Singapore."
"Where are you from?"이라는 질문에 "I am from Korea"외에 다른 대답을 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사실 이 심플해 보이는 질문이 CCKs에게는 다양하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국적을 묻는 것인지, 출생지를 묻는 것인지, 혹은 현재 거주지를 묻는 것인지 헷갈릴 수 있는 것이다. 아이는 아마 '오늘 어디에서 출발해 지금 이곳에 도착했느냐'는 질문으로 받아들이고 '싱가포르'라는 답변을 내놓았던 것 같다. 우리 부부는 아들의 답변을 매우 흥미롭게 생각했지만, 그에 대해 따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비슷한 경험이 더 쌓인 뒤에, 그때 가서 말해주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간단하게 답변할 수 있는 이 질문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충분히 복잡할 수 있는 것이라고. 사실 모든 질문에는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아이가 자라 성인이 되면 이 질문에 대한 답변 리스트는 조금 더 늘어날 것이다. 국적, 출생지, 현재 거주지에 더해 성장기를 보낸 곳, 인생을 통틀어 가장 오래 거주한 곳, 혹은 자기가 마음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곳 사이에서 혼란할 것이다. 이 혼란은 스스로 부딪히며 뚫고 가는 수밖에 없다. 누군가에게는 구구절절 백그라운드를 읊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대충 간단하게 대답하게 되겠지. 그런 식으로 본인의 에너지와 상대의 반응을 따라 비틀거리다 보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상대에게, 어떻게 대답하는 게 좋을지를 스스로 찾아낼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으로 쉽게 연결된다. CCK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은 인생의 특정 시기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성장기에 다양한 문화와 이동성에 영향을 받은 경우, 그 혼란이 더 가중될 수 있음은 분명하다. 더 큰 문제는 그 혼란 속에서 어렵게 직조해 낸 정체성이 다른 사람들에게 이해받기 어렵다는 점이다. CCK의 정체성과 그들이 느끼는 소속감은 기존의 개념 너머에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움은 자기 이야기를 더 자주 꺼내놓음으로써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자기 서사를 밖으로 꺼내놓을수록 화자는 더 또렷해진다. 자주 들리는 이야기에 청자는 금방 익숙해진다. '나는 여러 곳으로부터 왔다'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이야기, '나는 고향이 없다'라고 말하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려왔으면 좋겠다. 이야기가 또 다른 이야기를 만남으로써 더 풍성한 세계가 만들어진다면 좋겠다. 당사자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통과하며 마음으로 연대하면 좋겠다. 그렇게 덜 외로워진다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