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게
슬픔이라는 이름의 눈이 내려앉았다.
소리도 없이 어깨에, 마음에 한 겹. 또 한 겹.
사람은 그렇게 무너진다.
나는 괜찮아.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히고 나아지겠지 라며, 자신을 달래곤 한다.
나 또한 다르지 않았다. 작년에 나는 커다란 상실을 겪었다. 서른을 넘어서 겪었으니 그리 빠른 건 아니라고 그만 아파하고 마음을 잘 닫아 놓으라고 자신을 다그쳤다.
마음의 난 상처에서 피가 흘러도 붕대로 둘둘 감아서 상자에 담았다. 사진첩을 서랍에 넣고 깜빡 잊어버리는 것처럼 내 마음도 상자 채로 서랍에 던져두었다. 지금은 아파도 잊혀진 사진첩처럼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 무감각해지는 날이 올 때까지 그냥 방치할 생각이었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아니.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
너무 아팠으니까. 지금은 그 상처와 마주 볼 용기가 나에게는 없었으니까.
그저 모르는 척 눈 감는 것으로 내 마음으로부터 도망쳤다.
한참을 도망치다 이 정도면 되었겠지 싶어서 뒤를 돌아봤지만 제자리였다.
그제야 알았다. 마음으로부터 도망치는 방법은 없다는 걸.
그렇게 인정을 하고 나서 던져두었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했다. 서랍 속에서 간단히 꺼내면 되니까.
그런데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 서랍도 보이지 않았다.
왜일까. 나는 도망치지도 못하고 여기에 묶여있었는데 대체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하며 찾기 바빴다.
찾다 찾다 포기하려고 할 때쯤 드디어 알았다. 내 발아래 묻혀있었다는 걸.
내가 돌보지 않던 사이에 서랍 위에 눈이 쌓였다. 아주 천천히 조금씩. 그러다 소복이 쌓인 눈에 다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내 마음을 밟고 다녔다. 쌓였던 눈을 치우고 얼어서 열리지 않는 서랍과 한참 동안 씨름을 했다.
그러는 사이에 알았다. 만약 지금 내가 마음을 돌보려고 하지 않았다면, 소리 없이 쌓인 눈에 묻혀서 다친 마음은 영영 찾을 수 없었겠지. 그럼 나 역시 무너졌겠지.
괜찮다는 거짓말도 그만하자.
아플 때는 있는 그대로 아프다고 하자.
나도, 당신도.
우리 그렇게 약속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