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광릉숲에 꽃이 피네

by 고운로 그 아이


어쩌면 너와 나는 하늘에서 떨어진

바늘실인지도 몰라

함께 머물다 간 곳마다

꽃잎 쌓여 있거든



벌깨덩굴 꽃잎은 새틴 스티치로

금낭화 씨앗은 프렌치 노트 스티치로

비탈길 애기나리는

레이지 데이지 스티치로

우리는 수를 놓고 있었던 거야



너를 따라 걸으니

꽃이 피더라

비단실을 둘러도

너 없으니 못 피더라



헐벗은 겨울이 우리로 인해

봄이 된 것을 보았니

세상은 우리의 화폭

아직도 채울 것이 많은 여백

오늘은 비어 있는 그곳을

무엇으로 채워 갈지 두근거려



붉은 색실 모자랄까 걱정하지 마

숲 사이로 스며드는 노을빛이 있잖아

푸른 실이 없다 해도 괜찮아

하늘 끝자락 살며시 잡아당겨

실타래에 감아 둘 테니



너는 늘 반짝였어, 올곧은 바늘처럼

어줍은 내 손 잡고 걸어가 줄래?

여백 위를 꽃으로 가득 메울 때까지

그 세월 천년만년 걸린다 해도









쓰고 보니 결혼식 때 신부가 신랑에게 들려주면 좋을 것 같은 축시의 느낌이 듭니다.


올봄에 국립수목원에서 많은 꽃을 찍었습니다. 수목원을 샅샅이 뒤져서 아주 작은 꽃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가는 곳이라 못 본 사이 피고 진 꽃도 있을 듯합니다.

지난 5월, 수목원 여기저기에 예쁘게 피어 있던 꽃들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금낭화




라일락




애기나리/ 전호




죽단화/ 설악조팝나무




정향풀/ 타래붓꽂




벌깨덩굴/ 앵초




병아리꽃나무/ 애기똥풀




깽깽이풀/ 모과나무꽃




덜꿩나무/ 명자꽃




영산홍/ 불두화




수선화




히아신스




할미꽃과 두옹(꽃잎 진 후)





keyword
이전 18화학씨를 만난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