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남자가 초조하게 걷고 있다. 추레한 차림의 남자는 한 손에 검은 봉지를 들고 무언가에 쫓기듯 주변을 살핀다. 갑자기 강렬한 빛이 그의 뒤를 비춰 돌아보면, 검은 승합차 한 대가 라이트를 켜고 서 있다. 사냥감을 앞둔 짐승처럼. 남자는 자리에 멈춰 서서 긴장된 숨을 내쉬며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그의 눈에 두려움과 광기가 차오른다. 남자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승합차.
“여보, 미안해…”
쾅. 남자의 몸이 승합차에 부딪혀 붕 날았다가 바닥에 퍽 떨어진다. 피범벅이 된 채 나뒹구는 남자의 몸뚱어리와 미역 봉지와 깨진 소주병. 검은 차림의 누군가가 승합차에서 내려 남자의 목을 짚어본다. 뻐끔뻐끔 숨을 헐떡이다 미동이 없어진 남자. 검은 존재는 다시 승합차를 타고 떠난다. 밤거리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