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승환 Dec 31. 2019

절친에게 진짜 고민을 털어놓기 힘든 이유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최근에 속상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꽤 큰 고민거리가 있어서 혼자서만 끙끙 앓다가 그 문제를 잘 이해해줄 것 같은 지인에게 힘들게 이야기를 꺼냈지요. 그런데 그의 반응은 차가웠습니다.


“난 또 뭐라고.

별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힘들어해?”


그 딴에는 위로한다고 꺼낸 말이었겠지만 굉장히 속이 상했습니다. 해결책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제 힘든 마음에는 공감해주길 바랐는데, 그 고민거리와 함께 저 자신까지 별것 아닌 존재로 취급된 것 같았죠.


이처럼 내 마음을 알아줄거라 생각했던 이에게 이해받지 못한 경험을 저만 한 건 아닐 겁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정말 속상하고 슬퍼지죠. 다른 사람들과 굉장한 거리감도 느껴지고요. 아마 반대의 경우도 있었을 겁니다. 다른 누군가도 분명 제 무심함 탓에 비슷한 상처를 입은 적이 있을 거예요.


이렇게 생각하니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일이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프로이트, 융과 함께 현대 심리학의 거 장으로 손꼽히는 아들러 역시 『아들러의 인간이해』라는 책 의 앞부분에 이렇게 털어놓고 있으니까요.


우리는 인간에 대한 이해 없이 오랜 시간을 살아왔고, 그 결과 서로 낯설어졌다. 우리는 자식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탄하는 부모와 자기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자녀들을 자주 본다. (…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 이해에 대해 무지하면서도 스스로 인간을 잘 안다고 자처하며, 또한 짧은 지식을 가지고 남 을 가르치려 든다.


오스트리아 빈의 한 시민 대학에서 1년간 강의한 내용을 정리한 이 책에서 아들러는 인간을 이해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털어놓습니다. 당연합니다. 사람은 저마다 성격도 다르고 생활 방식도 다르고 경험도 다른, 서로 완벽한 타인이기 때문이죠. 즉,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인간을 잘 안다고 자처하는 대신, 모든 사람은 서로 다르기에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아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김연수 작가 역시 단편소설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의 작가의 말에서 이와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우리는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사랑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연수 작가의 말처럼 사랑도 이해도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그저 말하지 않아도 잘 알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은 전달되지 않고 서로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가까운 사이,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합니다. 당연히 상대의 마음도 잘 헤아리면서요.


책『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에 담긴 글입니다.


책 살펴보기


제가 공감하고 큰 위로를 받았던 인생의 문장들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책 읽어주는 남자’로 활동하면서 많은 분이 공감해주신 문장들이기도 하죠. 부디 이 책이 당신의 지치고 외로운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고, 언제든지 편하게 기대 쉴 수 있는 쉼터가 되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처음 걸어가기에 헤맬 수밖에 없는 인생에서, 당신이 나아갈 길을 밝혀줄 작은 반딧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전 05화 어른의 시간이 시작되어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