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은행과 소주

by 최은녕 라온나비

은행과 소주


구운 은행 몇 알 앞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쌉싸름한 첫 맛 속에

고된 하루를 녹이고
껍질 속 감춰진 향기

나를 달래주더라

숫자는 쌓이고 쌓여

손끝에 주름 남아도
소소한 위로 하나로

오늘을 잠재우고
고소함 삼키는 순간,

어제가 흐려지네


그을린 은행 한 알에

단단함이 숨어 있어
쓴맛마저 품어 안고

까만 이 밤 지나가네
바람 속 흔들린 나날

시나브로 쉬어 가게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6화달콤한 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