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꺼이
말을 아끼기로 했다
정답만 가득한 길보다
흰 도화지 같은 여백에
조용히 발을 디뎠다
들판에 누워
바람이 건네는
투명한 언어를 들었다
스르륵—
풀잎 흔들림이
내 귀에 속삭였다
삶이란
속도를 내기보다
발끝에서 멈칫,
돌아서는 순간들에 가깝다
비워둔 마음엔
오래 끓인 국물처럼
진심이 눌어앉아
깊은 맛을 낸다
침묵이
열 개의 문을 열어줄 때가 있다
이 바람의 여백을 지나며
나는 배웠다—
말보다 먼저
눈빛으로 닿는
조용한 공감의 언어를
사람과 책,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북퍼실리테이터. 책으로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말과 글로 삶을 어루만지며, 동시와 시, 그림책으로 마음을 건네고, 앎을 삶으로 빚는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