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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이 간 자리

by 최은녕 라온나비

금이 간 자리


나는

흙에서 태어났다

따뜻한 흙덩이 하나

손 안에서 꿈틀거리던

첫 숨결이었다


물은 나를 부드럽게 했고

불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나를 만든 건

그 손이 멈춘 뒤

오래 혼자 식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금이 갔다며 나를 버렸고

누군가는

그 틈에 꽃을 꽂았다


나는

많이 담기도 했고

오래 비어 있기도 했다

속이 빈 채로

가장 많은 것들을

담아두었던 나를


나는 기억한다


심지어

나를 깨뜨린 손마저도

결국,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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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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