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흙에서 태어났다
따뜻한 흙덩이 하나
손 안에서 꿈틀거리던
첫 숨결이었다
물은 나를 부드럽게 했고
불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나를 만든 건
그 손이 멈춘 뒤
오래 혼자 식는 시간이었다
누군가는
금이 갔다며 나를 버렸고
그 틈에 꽃을 꽂았다
많이 담기도 했고
오래 비어 있기도 했다
속이 빈 채로
가장 많은 것들을
담아두었던 나를
나는 기억한다
심지어
나를 깨뜨린 손마저도
결국, 내가 된다
사람과 책,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북퍼실리테이터. 책으로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말과 글로 삶을 어루만지며, 동시와 시, 그림책으로 마음을 건네고, 앎을 삶으로 빚는 작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