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 40분.
치킨집 ‘옛날통닭’의 간판 불이 꺼졌다. 백승아는 천천히 앞치마를 벗었다. 오늘은 배달 주문이 한 건도 없었다.
그녀는 주방에 홀로 남아 튀김기를 닦던 손을 멈췄다. 그리고, 계산기를 열어 수익을 정리하려다 그냥 탁자에 머리를 기대버렸다.
"오늘도 적자야."
입속으로 중얼거리다가 목이 메었다. 매출은 바닥이었고, 치킨무는 그대로 남았고, 한 달 안에 대출 상환일이 돌아올 예정이었다.
“진짜, 이제는 모르겠다.”
그녀는 아무도 없는 가게에서 그 말을 처음으로 입 밖에 냈다.
잠시 후, 그녀는 주방 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휴대폰을 열었다. 통장 잔고, 카드 사용내역, 전기요금 고지서…
숫자들이 눈앞에서 겹쳐졌다.
“아… 나 이거, 못 버티겠다.”
그 말은 이번엔 진짜 울음을 참지 못한 목소리로 나왔다. 소리 없는 울음이 턱끝에서부터 흘렀다. 그녀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어깨를 들썩이며 조용히 울었다.
백승아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도대체 언제부터 이 기름 냄새가 내 삶에 붙어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