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찾은 건 몇 시간 전의 일이다. 복지 센터에서 도서 정리를 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그 사람이 위독하시다.
4번 형제였다. 반납 도서 옆에 놓인 휴대전화를 눌렀더니 부재 중 전화가 두 통 와 있었다.
“그 사람이라니?”
들키지 않으려고 침착하게 물었다.
-널 데려온 사람.
그들은 아버지를 그렇게 불렀다. 내가 그들을 그들이라 부르듯이.
-사경을 헤매신다고 한다.
사경을 헤아리는 것처럼 벽시계를 힐끔거리는데 센터장 김과 눈이 마주쳤다.
“지금은 힘들어. 아직 봉사 활동 중인걸.”
무슨 말을 하려다 입만 뻥끗하고 마는 김을 보자 조마조마해졌다.
-서부중앙병원 집중치료실. 아무도 찾아가지 않으니까, 자꾸 나한테 연락해.
유실물 센터에서 우산을 보관 중이라는 말 같았다.
-너무 늦게 가면 없을지도 몰라.
역시 우산 말이었다. 어, 그러니까, 하고 대답하려는데 전화는 멋대로 끊겨 있었다. 용건이 끝나면 통보 없이 끊어버리는 것은 그들의 가족력이다. 나는 수화기를 멀거니 내려놨다.
-미우 숙제는 노아가 도와줄게요.
센터장이 내 의지를 스스로 확인했다.
“예.”
아버지는 항상 내게 ‘네’라고 하지 말고 ‘예’라고 대답하라고 일렀다. 네보다는 예가 더 어리석고 미천해 보이기 때문에 내가 설사 미련한 짓을 하더라도 불쌍히 여김 받을 여지를 심어줄 거라 했다. 나는 센터장 김에게 예라고 대답하며 복지 센터의 전화기를 들고 9번을 눌렀다. 신호대기음이 들려왔다.
“노아는 수화기 내려놓을게요.”
센터장이 다시 내 미래 의지를 일깨워 줬다.
나는 아직도 수화기를 든 채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국민과 함께 하는 서울시. 다산 콜센터입니다. 원하시는 번호를 입력해 주세요.
"저 새끼는 왜 날 자꾸 노아라 부르는 거야."
나는 토요일이다. 비유 같은 게 아니고 내 이름자가 말마따나 토요일이다. 성토요일이 내 풀 네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