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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잎 Feb 18. 2024

<학급경영> 3월 새학기 준비

아니 벌써 개학이라니!

아직 입에도 잘 붙지 않는 2024년 새해가 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월이 지나 2월마저 절반이 흘러갔다.


그 사이에 민족 대명절인 설날 연휴도 지나가고, 복직할 학교에 출근해 올해의 담임과 업무를 부여(?) 받고 왔다.


역시나 올해도 3학년 담임.


이미 예상을 하기도 했지만, 3학년 담임이 된 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3월 개학을 앞두고 남은 2주간 해야 할 것들이 머릿속에 촤르륵 스쳐 지나갔다. 담임을 맡은 교사에게 있어서 1년 중 가장 바쁜 달이 언제인가를 묻는다면 나는 고민 없이 3월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첫 단추가 중요하듯, 첫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자식들이 될 아이들과 만나게 되는 3월, 함께 동고동락할 동료 교사들과 같이 부딪쳐가며 학교에 적응해 가야 할 3월, 유선상으로든 대면으로든 학부모님들과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될 3월.


3월은 참 분주하고도 다채롭게 흘러간다.


아무런 준비 없이 3월을 맞이하면 그저 분주하기만 하고 정신없이 흘러가겠지만, 미리 준비만 잘한다면 가장 다채롭게 학급의 색깔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우리 학급을, 우리의 3월을 다채롭게 만들기 위해 미리 준비할 것들이 무엇이 있나 점검해 보았다.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던 학기 초 3월 폴더에 들어가 있는 파일명들을 보면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당연하고도 기본적인 것들이 준비되어 있어야만 다채롭게 색을 입힐 수 있다.




매년 새학기 개학식날 우리 반 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기 전에 학생들 책상 위에 미리 준비해 놓는 것들이 있다.


1. 리플릿 책자처럼 만들어 놓은 학급설명서

2. 학생본인의 학번이름이 적혀있는 개인별 책상시간표 


이 두 가지는 학생들과 인사한 후에 일괄적으로 가정통신문이나 학습지 나눠주듯이 나눠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만나기 전" 미리 책상 위에 준비해 놓는다. 마치 이 종이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맞이해주고 있는 듯이 말이다.


이렇게 미리 준비해 놓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아무리 3학년이라 학생들끼리 서로 잘 알고 있는다 하더라도 새학기 첫날은 서로 어색하고 긴장되기 마련일 것이다. 특히나 친한 친구가 오기 전까지는 더욱이.


친구가 오기 전까지 각자 핸드폰만 하며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책상 위에 올려져 있는 학급설명서를 읽어보며 새학기 긴장을 풀어주고 싶었다.


학급 설명서에는 학생들을 환영하는 문구, 학급 일과, 시간표, 중점 지도 사항, 3학년 생활 팁 등을 적어두었다.


“서로에게 기가 막힌 타이밍에 서로의 인생에 자연스럽게 등장해 주는 것, 이것이 인연이다.”    

대한민국의 수많은 곳 중에 경기도,
경기도의 많고 많은 도시 중에 00시,
 00시 안에 수많은 중학교 중에 00 중학교,
00 중학교 3학년 0개 학급 000명 중 0반 00명
그리고 여러 교사들 중에 담임교사 한 명...

결코 쉽지 않은 특별한 인연, 여러분과 담임인 저의 이야기이지 않을까요.    

이 인연의 끈을 잘 붙잡고 1년 후 졸업의 때에 후회 없이 웃으며, 서로 고마웠다고, 사랑한다고 고백하며 헤어집시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3학년 0반 담임 000


학급 설명서에 위와 같은 문구들을 적어놓고 아직 얼굴을 마주하기 전에 글로나마 먼저 인사를 건네곤 했다. 담임선생님은 누구실까 궁금해하며 학교에 왔을 학생들이 환영 문구를 읽어보며 자신의 담임선생님이 어떤 선생님일 것 같은지 생각해 보는 재미도 줄 겸 말이다.


또 한 가지는, 학생들에게 주는 학급설명서 외에 학부모님들에게 드리는 학부모용 학급설명서를 따로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배부해 주었다. 학생들만큼이나 자녀들의 새학기가 많이 기대되고 궁금할 학부모님들을 위해 학부모용 학급설명서를 만들었다.


 학생용과 큰 차이는 없지만 상담을 요청하실 때의 편의성을 위해 우리 반 학급 시간표와 더불어 담임교사 시간표도 함께 실어두는 등 학부모님들이 궁금해하실 부분들을 추가로 적어두었다.  


환영문구도 학생용과는 약간의 차이를 두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입니다.

겉모습부터 화려해 보이는 꽃이 있는 반면, 처음에는 보잘것없이 보이는 꽃들도 있죠.
하지만 저는 세상의 모든 꽃들이 각각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들도 그렇지 않을까요.

자세히보고, 오래 볼수록 예쁜 풀꽃처럼,
한 명 한 명 자세히 보고, 오래 보며
관심과 사랑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도 우리 아름답고 멋진 학생들에게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주시며 함께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3학년 0반 담임 000 올림.


굳이 학생용과 학부모용을 나눌 필요가 있겠나 할 수 있지만, 굳이 나누어서 학부모용을 또 배부하는 이유가 있다. "학부모용"으로 못 박아 두지 않는 한 대부분의 학생들은 본인들이 받은 학급설명서를 부모님들께 보여드리지 않기 때문이다. 학급설명서가 받는 즉시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학부모용을 따로 제작해서 학생들 뿐만 아니라 학부모님들께도 "올 한 해, 저의 학부모님이 되어주심을 환영하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었다. 아무리 학교에서 학생들을 잘 교육해도 가정에서 함께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런 교육 효과가 일어나지 않는다. 교사와 학부모는 한 배를 탄 한 팀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학급설명서와 더불어 담임인 나와 얼굴을 마주하기 전에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책상시간표"이다.


책상시간표에는 아직 새학기 본인의 학번이 익숙하지 않을 학생들을 위해 학번이름을 같이 적어두었다. 그리고 한 학기 동안 매일 수시로 보게 될 책상시간표에도 짧은 문구를 같이 적어두었다.

  

학생 개인별 책상시간표


알아서 척척 학교 홈페이지에서 시간표를 받아서 수업 준비를 하는 착실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면 좋겠지만은,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아주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곤 한다. 그렇기에 이러한 아주 기본적인 책상시간표 같은 것들은 담임의 사소한 선물이라 할 수 있다.  




학급설명서와 책상시간표 외에도 첫날 준비해야 할 것들은 차고 넘친다.


담임교사가 알아야 할 것들을 개별적으로 써내는 "학기 초 기초조사서"를 비롯해 학급별 시간에 사용하기 위한 여러 유인물들과 가정통신문 등.


매년 맞이해도 매년 분주하고도 분주한 3월이다.


그토록 분주한 3월을 나는 2년 만에 맞이하게 되었다. 너무 오랜만의 새학기에 긴장도 되지만, 정신줄 잘 붙잡고 여러 교육 주체들과 함께 새학기를 잘 헤쳐나가고 싶다.


학생 여러분 잘 부탁합니다.

학부모님 잘 부탁드립니다.

동료교사 여러분 잘 부탁드립니다.



"어느 한 명 똑같은 색이 없는 나의 학생들아. 너희가 다채롭게 너희의 색을 뽐낼 수 있도록 담임인 나는 올해도 넉넉하고도 큰 팔레트 하나 잘 준비해 놓을게. 어서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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