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한강이 노벨상을 탔다. 서점가에서는 연일 한강의 소설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또 인쇄되고 다시 팔리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나는 그의 글을 읽기를 주저한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를 읽는 일은 너무 힘이 들었다.소설 속 엄마의 치매가 내 엄마에게 옮겨붙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었나. 주인공엄마의 인생이 내 엄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겨서였나. 책의 마지막 장을 확인해야했지만 한 장 한 장 넘기는 일은 하기 싫은 수학숙제를 꾸역꾸역 푸는 것과 같았다.
한강의 '소년이 온다'도 차마 읽을 수 없었다. 내가 읽은 그의 작품이라곤 '내 여자의 열매' 하나뿐인데 난 이미 그때 알았는지 모른다. 이이의 글을 읽으면 얇을 대로 얇아진 내 멘탈이 버티기 어렵겠구나...바스스 부서져 사라질 마음을 지키기 위해 나는 그의 글을 읽지 않기로 했다.
한 때는 지적 허영을 드러내고 싶어서라도 책을 끼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다고 내가 지적인 인간이 되었다는 건 아니다. 지혜를 얻을 만큼 독서를 깊이 있게 한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책을 읽을 수 있는 두께의 멘탈은 남아 있던 시절이 있었다. 단단한 마음이 있던 때가 있었다.
지금 내가 바라는 것은 꼭 한강의 글을 읽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글이 되었든 읽고 적당히 아파하는 것과 생각을 표현할 조금의 힘을 바란다. 매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