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누우라고요?

누우면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순간

by 유영

"자, 오늘은 배영을 배워볼게요. 우선 눕는 연습부터 할 거예요."

....... 배, 영?


눕는다고요?!


"그대로 뒤로 누우시면 됩니다!"


아니, 선생님...

선생님께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겠지만 눕는 건 무섭다고요.

말도 안 돼~~


'배영'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서있기'가 가능해야 '걸을' 수 있는 것처럼

발차기까지도 아닌, 발버둥이라도 쳐보려면 일단 '누워야' 한다.


눕는 게 별거냐, 싶겠지만

막상 수영장 천장타일만이 시야에 들어오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무서운 일이었다.


내 위치를 가늠할 수 없는 것,

내 상태를 전혀 알 수 없는 것.

'알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온 세포에 새겨졌다.




수면 아래에 누워서 수면을 바라보는 것.

수영 3년 차인 지금은 무섭지는 않지만,

누워있으면 코로 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또 다른 호흡을 해야 하기 때문에,

아직도 나는 그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심호흡을 하고 마음먹고 들어가야 한다.


물에 몸을 맡길 수 있게 된 지금도 이런데,

그 시절엔 어땠겠는가. 심장이 쿵쾅거렸다.


살며시 등을 대보았다.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대로 머리가 잠겨버릴 것 같았고,

물에 빠진 그 순간이 생각났다.


이렇게는 절대 뜰 수 없다는 걸,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물을 믿지 못하고,

내 몸을 믿지 못하고,

아무것도 믿지 못하는 나를, 물이 쉽게 받아줄 리 없었다.


다행히 이번엔 나뿐만 아니라, 근처에 계시는 분들도 다들 무서워하는 눈치였다.

묘한 동질감에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다.


강사님은 그런 우리 왕초보의 심경을 캐치하셨는지 데크에 발을 올리고 눕기를 해보자고 하셨다.


최소 떠내려갈 일은 없겠군, 싶어서

두려움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상상 중 하나는 지워졌다.


"힘을 빼야 해요. 힘주면 가라앉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누우세요. 편안하게.

가장 중요한 건 '편안하게' 예요. 그냥 침대에 눕듯 해보세요."




'에라, 모르겠다.'


이미 얼굴에 물 넣는 순간의 결심으로 공포를 극복한 경험이 있는 나는,

다시 한번 큰 마음을 먹어보았다.


선생님을 다시 한번 믿어보았다.

'편안하게 가볍게 누우면 된대. 해보자!'


'오!'

힘을 쭉 빼고 누우니 누워졌다!


이내 무서운 마음에 들어 어깨에 힘을 주니

얼굴 위로 물이 들이닥쳤다.


하지만 방금 순간 몸이 떴던 느낌이 아직 생생해

다시 한번 누워보았다.


"오, 잘하시네요. 그거예요."


선생님의 칭찬이 들려왔고,

옆에 계시던 아주머니들이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하냐고 하셨다.


"그냥 힘 빼고 누우니까 됐어요!"


물이 나를 받쳐주는 느낌이,

부드럽게 나를 감싸주는 느낌이 와닿았다.




물론, 그 이후에 데크에서 발을 떼면서 다시 역경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힘을 쭉 빼고 있자니 가라앉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에

불안한 마음이 조금씩 녹아내렸다.


앞을 못 본다고 불안해할 필요는 없었다.

배영은 나에게

신기한 영법이자,

물과의 신뢰, 나와의 신뢰를 쌓는 연습이 되었다.


나는 늘 앞으로 가려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앞이 보이지 않으면 무섭고,

방향을 통제하지 못하면 불안했다.


하지만 배영은 말한다.

"때로는 등을 맡기고,

앞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떠 있어도 괜찮아."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힘을 빼고도 나아갈 수 있다.

그걸 알아차리기까진,
물속에 누워 수없이 가라앉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야외 수영장에서 누우면,

앞이 보이지 않아 무서운 것이 아닌,

귀는 물속에 잠겨 고요한 채

하늘을 편안하게 누워서 바라보는,

나와 물과 하늘만 세상에 남는 사랑스러운 순간도 덕분에 알게 되었다.


두려움을 지우고 편안하게 누우며

비로소 알게 된

그저 하늘을 향해 둥둥 떠 있는 그 자체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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