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소리, 새소리, 나뭇잎 소리, 곤충 소리..
나는 어릴 때부터 소리가 잘 들렸다.
내 유년의 소리는 온통 자연의 소리들이었다.
지붕 끝 고드름이 햇빛에 녹으며
똑, 똑, 또도독 떨어지던 얼음방울 소리.
그건 우리가 흔히 아는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와는 조금 달랐다.
차갑고 투명한 고드름이 녹는 그 소리는
아주 잠깐 귀를 기울여야만 들리는 소리였다.
하얀 눈이 내릴 땐 ‘사사삭’ 하는 소리가 난다.
그건 큰 함박눈이 내릴 때만 들리는 소리라
눈이 소복하게 쌓일 때,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어야 들을 수 있다.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고 나면
자주 햇살이 비추는 맑은 날씨가 찾아온다.
그럴 땐, 눈이 쌓인 맨 위쪽에 귀를 대고 있으면
햇빛과 눈이 만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왜 그렇게 눈 덮인 풍경을 오랫동안 보고 있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마도
은하수가 땅에 내려온 것처럼
햇빛에 비치는 쌓인 눈들이 별빛들이 땅 위에서 반짝이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파란 하늘도 좋아하지만, 밤하늘도 좋아한다.
여름밤이 되면 마치 모든 곤충들이
겨울 내내 발표회 연습을 해온 것처럼,
어둠이 내리기 전부터
새벽 끝자락까지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른다.
부지런도 하지.
개구리는 여름밤의 대표 소프라노였고,
새들도 곤충들에 질세라
엇갈리듯 노래를 이어간다.
시간마다 등장하는 새들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나는
새벽 무렵에 노래하는 아이들이 제일 좋았다.
우리는 종일,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잠은 들었지만 귀는 깨어 있다.
계절마다, 장소마다 들리는 소리는 달라진다.
만나는 사람들의 언어의 소리도 각기 다르다.
그래서 더 귀 기울여야 하는 건,
세상의 바깥에서, 조용히 울리고 있는 자연과 사람의 소리다.
귀로 들리는 소리를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
빠르게 지나가는 기계음을 피하고,
새소리, 곤충소리, 눈소리, 낙엽소리를 듣는 사람은
좋은 사람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나쁜 사람은 되지 않을 것이다.
사진과 소리는 모두 제 손으로 기록한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