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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과 고등어

by 꽃하늘

내 생일이면 엄마는

갓 지은 뜨끈한 쌀밥을 수북하게 한 그릇,

노릇하게 익힌 고등어 한 토막,

미역줄기가 적당히 섞인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 미역국을 준비해 주셨다.

자식의 생일을 맞아 정성껏 차리신,

엄마표 생일 아침 밥상이었다.


사실 나는

생크림이 듬뿍 올려진 케이크가 먹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 케이크는 누구나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이 아니었고,

매년 생일상에는 없었기에

엄마에게 투정 한번 부리지 않았다.


생크림 케이크가 먹고 싶었지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옛말처럼,

경험해야만 아는 것이니

케이크 맛을 잘 몰랐던 나는

크게 바라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는 지금도 새하얀 쌀밥과

기름에 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를 보면

엄마가 차려주시던 그 생일 밥상이 떠오른다.


내 생일이 10월이라

집엔 햅쌀이 있었겠지만

생선은 미리 준비해두셔야 했을 테고,

생일 아침에 맞춰 상에 올리려면

엄마는 평소보다 일찍 눈을 뜨고

생선을 굽고 미역국을 끓이셨을 것이다.


하루를 더 이른 시간에 시작해야 했을

엄마의 피곤함이 이제야 보인다.

지금은

그때의 엄마가 참 고맙다.


소박했던 생일 밥상이었지만

그보다 맛있는 밥상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쌀밥과 고등어를

유난히 좋아한다.



IMG_5457.jpg 풀꽃문학관에서

오늘, 10월의 청계천에 쉬어가는 청둥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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