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에서 다시 만난 익숙함
특별함은 언제나 평범 속에 있었다.
바쁠 것 없는 주말 오전,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기 위해
일찌감치 광역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하늘은 파랗고,
햇빛은 따갑지만 그늘은 제법 서늘한 —
내가 가장 좋아하는 늦가을 날씨였다.
광화문 교보문고는 평소보다 한적했다.
책을 한참 둘러본 뒤, 청계천을 걸었다.
청계천을 이렇게 천천히 걸어본 건 처음이었다.
아, 여기가 청계천이지 —
그동안은 그냥 눈으로만 보고,
청계천 위 도로를 따라 걸었을 뿐이었다.
졸졸 흐르는 맑은 물소리,
햇살에 반짝이는 피라미 떼,
초록빛 풀과 들꽃,
서로를 쫓으며 지저귀는 새들,
높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
나뭇잎과 한 몸이 된 듯 평온한 황새 한 마리.
시골에서 자란 나는
서울의 도심 한가운데 이런 자연이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웠다.
색감이 화려한 그림이나
웅장한 음악이 사람을 감동시키기도 하지만,
보고 있었지만
익숙하고 흔해서
보고 있었다는 걸 잊은 듯한
파란 하늘과 들풀과 들꽃,
들리고 있었지만
익숙하게 스며들어
의식하지 못한 채 지나쳤던
새소리와 물소리를 떠올렸다.
익숙해서,
어쩌면 조금 더 자극적인 풍경과 소리를
찾으려 애쓰기도 했던 나에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흔하고 뻔해서
오히려 더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내 이름을 불러주는 가족의 목소리,
가족이 깰까 조심스레
아침을 차리며 나는 그릇 부딪히는 소리.
그 평범한 순간들이
참 고맙게 느껴졌다.
'특별함은 언제나 평범 속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