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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걸려 못 내려오는 나무

작은 아이의 시선에서..

by 꽃하늘

평일 낮,

아이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길.


단풍의 끝자락을 만끽하듯

나뭇잎들은 진하게 물들어 있었다.


창문을 열어주며 말했다.

“단풍 정말 예쁘다. 그렇지?”
“응. 그런데 저 나무는 단풍이 걸렸어.”
“응? 단풍이 걸렸다는 게 무슨 말이야?”
“저기 자세히 봐봐. 단풍이 나무에 걸려서 못 내려오고 있잖아.”


다시 보니

두 나무가 가까이 붙어 있어서

한 나무가 다른 나무의 단풍을 붙잡아두는 것처럼

물들어 있었다.


너와 함께 보내는 계절들은

어린 날의 나를 다시 불러와

키 작은 너의 친구가 되어

함께 웃게 만든다.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어른들의 세상에서

너의 귀여운 생각들은

그래도 웃으면서 지내라고

하늘이 내게 보내준 작은 천사 같다.


계절 이야기를 하다 보면

문득 부모님 생각도 난다.


멋진 단풍이 있는 곳에서 지내시는 부모님께

“아빠, 단풍 정말 예쁘지?”라고 물으면

늘 같은 답이 돌아온다.


“매일 보는 게 산이고 들인데, 똑같지 뭐.”


참 심심한 대답이지만

그 ‘똑같은 풍경’을 건강한 눈으로

내년에도 다시 보시길 바란다.


IMG_6014.JPG 자세히 보면 단풍이 걸려서 못 내려오는 것처럼 보인답니다.^^

IMG_4265.JPG “매일 보는 게 산이고 들인데, 똑같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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