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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로 Jan 04. 2024

희망퇴직은 이제 안녕

희망퇴직이란 걸 하기로 했다

희망퇴직이란 아름다운 말로 직장생활을 일단락 지은 후, 마침 찾아온 연말 두 달 동안 참 편안했다. 회사에서는 평가시즌이자 전략수립 시즌이며, 내가 맡았던 업무의 특성상 항상 12월이 가장 바빴기에 정말 정신없고 스트레스도 많았을 거였다. 그렇지만 이제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에 잘하고 못하고를 생각하지 않는 일상을 보냈다. 


2023년 12월에는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를 맞이하고, 직장에서 돌아오는 남편을 맞이했다. 아이의 간식을 챙겨주고, 방학을 앞두고 각종 입시 설명회, 학원 상담들도 다녔다. 건강이 안 좋아진 어머니를 모시고 여기저기 병원도 다녔다. 은퇴 1년 차를 맞고 계신 아버지와 맛난 점심을 찾아 드라이브도 다녔다. 다양한 요리도 시도해 보았다. 오전시간 친구를 만나 커피타임도 즐겼다. 거의 대부분 처음 해본 경험이랄까. 


그러나, 새로운 경험들이 익숙해짐에는 게으름도 동반되었다. 아침마다 따뜻한 이불속에서 나오기가 싫고, 누군가와 약속을 하고 외출을 하는 게 귀찮아졌다. 점심 뭐 먹을 거냐고 물어보는 어머니의 잦은 관심에 투덜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상태가 계속되면 성격도 나빠지고, 몇 안 되는 인간관계도 어그러지겠다 싶은 생각...... 생각이라기보다 깨달음. 관심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을 때 감사하며 받자, 일상 루틴을 다시 만들자는 결심이 섰다.  


2024년 새해, 아침운동을 하고, 마치 재택근무를 하듯 라디오를 켜고 컴퓨터 앞에 앉는다. 글도 쓰고 정보도 정리한다. 방학 중인 아이와 함께 점심을 챙겨 먹는다. 매일 집밥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 있는 일상이다. 요리솜씨는 없지만, 밥투정은 없는 아이이기에 다행이다. 지금까지 낮시간을 함께 보낸 적이 없는 엄마와 하루 종일 함께 있는 건 사춘기 아이에게 스트레스일까 봐 점심식사 이후에는 서로 노터치다.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도서관에 가기도 하고, 어머니 아버지를 만나기도 하고, 묵힌 집안일을 하기도 한다. 가끔 아이의 학원 라이딩 일정이 있다. 저녁에는 퇴근하는 남편을 맞는다. 최근 수년간은 내가 더 늦게 퇴근했었기에 대부분 남편이 날 맞아주었었다. 여유롭게 TV를 함께 보며, 세상 이야기를 나누는 즐거움이 있다.  


이제 다음 인생 스토리에 집중해 볼 예정이다. 자격증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계획하고 있다. 취업도 할 거다. 거창하지 않은 일상에 만족하던 나로서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씩 해볼까 한다. 

희망퇴직과는 작별한다. 희망퇴직 프레임 안에서의 나는 이제 안녕이다. 아직 목표와 정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새해가 계기가 되어주었다. 지난 20년간 한 해 전략을 수립했듯, 지난해를 리뷰했으므로 단점을 보완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보겠다. 지난해와는 다른 개념이겠지만 오늘부터 성과 한번 내보자.  



사교육 일타강사가 한 말, 수험생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하는 말 같아서 저장한다.

"내일부터 열심히? 평생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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