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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Joon Nov 19. 2020

내가 쓰는 말이 나를 말한다

<단어의 사생활>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한다. 사회적이라는 말은 쉽게 말해서 혼자가 아닌 남들과 함께 지낸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함께 지내는 남들에게 어떤 존재로 받아들여질까?


어떤 개인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요소를 보고 느낄 수 있다. 생김새, 표정, 행동, 제스처, 말투, 목소리, 단어 등등. 우리가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때 정말 여러 가지 것들이 복합적으로 외부에 드러나게 된다.


이 중에서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쓰는 ‘단어’에 꽂혔다. 저자가 왜 ‘단어’에 꽂혔는지 이해가 된다. ‘단어’가 모여서 그 사람이 사용하는 문장과 글, 말을 만들며 그 언어적인 표현이 그 사람의 생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언어라는 것이 더 나아가서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말하다 보면 정말 이렇게 행동하고, 이렇게 생각하고 이러한 사람이 되어 간다.






이 책은 흥미진진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우선 제목과 부제가 아주 흥미롭지 않은가? : ‘단어의 사생활 - What our words say about us’ )


어떤 단어를 쓰는지에 대해 분석하고 실험하여 재미난 결과를 도출해낸다. 역사적인 인물들의 편지글, 또는 문학 작품을 분석하여 이론을 뒷받침하기도 했다. 단어 사용의 스타일에 따른 미래의 행동과 성취도 예측할 수 있다는 어찌 보면 황당무계한 실험도 유의미하게 진행되었다.


우리는 늘 말을 한다, 때로는 글을 쓴다. 말을 하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글을 쓰는 게 특별한 게 아니라 문자, 이메일, 댓글 등을 적는다.


이때 특별히 '어떤 단어를 사용해야 내가 이런 사람으로 보이겠지?’라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그냥 원래 사용하던 단어를 사용할 뿐이다.


그런데 이 ‘원래 사용하는 단어’가 남에게 나를 보여준다고 하니 살짝 등골이 오싹해지기도 한다.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내 말로 남들이 나를 인지하고 판단한다니...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은 내가 ‘원래 사용하는 단어’는 도대체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그동안 살아온 모든 환경과 경험이 만들어 낸 것이라면... 이것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을까?


가끔 우리를 불쾌하게 만드는 말과 단어들이 있다. 물론 나도 인식하지 못하고 남들에게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것들은 스스로 알게 되었을 때 그것을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나를 보여주는 ‘단어’를 내가 어떠한 노력으로 ‘다른 단어’를 사용하도록 한다면... 그 ‘나’가 다르게 보이는 게 가능하며 더 나아가 생각과 감정도 변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다.






하지만 결국 이것이 가능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니라면 우리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막막할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막말을 일삼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티브이와 뉴스만 봐도 높으신 분들이 줄을 서서 뽐내고 있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이 지금은 실제로 그런 사람일지라도 노력을 통한 변화로 단어와 말을 고치고, 생각이 변화되고,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야만 하겠다.






남 이야기만 쉽게 할 것은 아닌 것 같다. 나 스스로 줄기차게 잘못 사용하고 있는 특정 단어들을 사용할 때 항상 조심, 또 조심해야겠다.


정말 바꾸어서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면 아예 말을 줄이는 게 답일지도 모르겠다. 몸에 배어있는 단어 사용 습관은 사실 좀처럼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말한 대로 생각하고, 생각한 대로 행동한다’는 진리를 항상 기억하며 말을 해야겠다.


내가 사용하는 ‘단어’가 나를 말해주고 나를 만든다.





읽었던 그때  순간의 감정과 느낌


단어의 사생활(What our words say about us)’ (제임스 W. 페니베이커) - 2017 완독


흥미로운 주제를 다룬 과학 서적.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언어적 특징 중 단어에 집중하여 통계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가설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영장류의 특징인 상하관계(우리로 치면 갑을관계)에 대해 명백히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라는 표현과 '나'라는 표현의 비중에 따라 그 사람의 생각과 경향을 알 수가 있고, 대명사와 같은 '기능어'의 사용 빈도와 스타일에 따라 말을 하는 사람의 성향이나 감정 상태를 분석할 수 있었다.


미래의 행동이나 성취 등을 예측하는 실험도 이루어졌고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는 실험을 진행하기도 하여 놀라운 부분이 있었다.


저자는 사회심리학자로서 언어, 특히 단어에 꽂히면서 본인의 평소 단어 사용을 분석하기도 하고 역사적인 인물들의 편지, 작품을 분석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이론을 검증해 내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비언어적으로도 표현하지만, 실제로 기록으로 남겨지는 대화, 특히 글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우리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어떻게 남에게 나를 보여주고 있는지 알고 싶다면? 바로 최근 보낸 이메일이나 메시지를 살펴보면 될 것이다!



읽고 남는 건 받은 질문과 했던 고민뿐

삐딱한 표지 사진 한 장 없는 서평을 고집스럽게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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